며칠 동안 비가 참 많이도 내리더니 날씨가 갑작스레 무더워졌습니다.나무들을 바라보니 제 세상을 만난 듯 잎새들은 윤기로 반짝거리고 줄기는 쑥쑥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싶습니다. 1년 중 가장 왕성한 생장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라는 나무는 얼마나 키가 클 수 있을까요? 물론 나무마다 자라는 속도와 한계가 다 다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해안가에 있는 레드우드라는 나무(자이안트 세콰이아)입니다.
얼마나 크냐 하면 최고 기록이 111m입니다. 세상에! 100m 달리기를 해도 몇십 초가 걸리는데 그 높이로 나무가 서 있다고 생각하면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궁금한 것은 땅 속 뿌리에서 물을 흡수한 뒤 어떻게 그 높이에 있는 잎까지 올려보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온갖 첨단 기계장치를 써야지만 202m 높이의 분수를 쏘아 올리는데, 동력이 따로 있지 않은 그 나무가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여러 학자들이 연구를 했는데 모세관 현상 또는 물의 응집력 등 다양한 이론이 나오고 있죠. 하지만 아직 확실한 비결을 알 수 없답니다.
이 나무들은 보통 1,000년 이상은 살고 3,000살이 된 나무도 있다고 기록이 전해져 옵니다.
어떻게 그리 오래 살까요? 두꺼운 나무껍질 덕택이죠. 자연적인 산불에서 혹은 나쁜 병충해의 침입에서 갑옷처럼 보호해주며 탄닌이 많다는 점도 온갖 질병에 견디는 효과를 주었답니다. 물론 사람이 알아낸 극히 일부 정보에 불과하지만요.
우리나라에서는 용문사 은행나무가 최고입니다. 키도, 나이도 최고이지요. 마의태자에 대한 전설이 있으니 1,000살이 넘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공룡들과 함께 살던 백악기 이전의 나무인 은행나무는 같은 시대 생물이 대부분 멸종했지만 아직까지 살아 남았을 뿐 아니라 장수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혈액순환촉진제가 개발되어 많은 부를 창출하고 있는데 은행나무가 이토록 오래 살아 남은 것은 성분 속에 무언가 특별한 게 있기 때문이 아닐까 주목했고, 이것을 연구하다 찾아냈다지요.
우리가 자연의 이치를 조금씩만 더 엿볼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이산화탄소와 햇볕으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위대한 녹색의 생산자 식물. 그러나 그 공(功)에 무관하게 대지에 뿌리를 박고 말없이 버티고 서 있는 모습에서 더 큰 경외감을 느낍니다.
혹시 세상살이에 한껏 움츠려 들고 계신다면,
올 휴가는 나무의 초록 기개를 배우고 기운을 얻어내 자신을 충전시키는데 쓰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숲으로 다가가 두 팔을 벌리고 가슴깊이 나무를 한번 안아 보십시오.
/이유미ㆍ국립수목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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