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의 절정기를 맞았다. 젊었을 때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떠나는 휴가가 멋있어 보였다.휴가 때나마, 발길 닿는 대로 가는 자유의 가벼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일단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 가서 행선지를 골랐다.
나이 들어서는 겁도 많아지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생겨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휴가계획을 세우다 보면, 계획을 짤 때부터 즐겁고 설레기 시작한다. 요즘은 그만큼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 농협의 ‘팜 스테이’에 대한 반응이 좋아진 후,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인이 농촌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을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산내골은 ‘디지털 산내골’을 내세우며 외지인을 맞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나비와 산새, 물고기를 촬영하고 대추나무로 곤충모양을 만드는 나무공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 동구청도 내동마을에 ‘친환경 농업용 정보화 시범마을’을 꾸며 1970년대식 시골풍경을 재현해 놓고 있다. 농촌형 숙박시설에서 감자 구워먹기와 옥수수 따기 등 흙 냄새 체험을 하게 된다.
■ 지구적으로도 유사한 휴가가 유행하고 있다. 외국인이 원주민 체험을 하는 생태관광이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엔은 올해를 ‘세계 생태관광의 해’로 정해 외국인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원주민에게는 경제적 도움을 주도록 유도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플라밍고 서식지와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코끼리와 백단향 등 야생생물 보호구역을 관찰하고 체험하는 여행 등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학구적 자세를 결합한 이런 종류 외에, 집을 통째로 바꿔 휴가를 즐기는 방법도 나타나고 있다.
■ 각 가정의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환이 휴가문화를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은 주로 휴가기간이 2~4주가 되는 유럽에서 환영받고 있다. 가정집의 안락함과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를 맛보며 적은 비용으로 관광과 피서를 하니 편리하다.
우리도 국내에서 지역 간 집바꾸기 휴가를 하고, 또 문화적ㆍ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중국 대만 등의 가정으로 확대해 보면 좋을 듯하다. 근면하게 일한 뒤의 휴가만큼 삶에 기쁨과 활력을 주는 것도 없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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