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교육인적자원부는 초중고교에서 대학원에 이르기 까지 ‘국제화된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를 강조하며 몇 가지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확정된 것은 아니라 해도 이미 논의가 상당히 진척된 듯 보이며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경제특구마다 설치될 국제고와 외국 대학원 분교설립 허가에 관한 것이다.
우리 교육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않으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빈국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가 없고 교육시장의 개방은 불가피한 일이다.
파행적인 형태이지만 교육시장은 이미 국제적으로 개방된 지가 오래다. 외국인 과외 선생이나 학원강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이 흔한 일임은 물론 조기 유학의 폭증은 가정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수업료를 거의 받지 않으면서 훌륭한 학교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뉴질랜드 같은 이웃들은 적은 인구에 한국에서 몰려오는 유학생들이 너무 많아 그 나라의 학교교육 풍토 자체에 악 영향이 미칠까 해서 속으로 걱정하는 민망스러운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질 좋은 교육을 향한 국민의 열망과 국가적 수요를 국내에서 충족시키는 방편으로 교육시장을 국내외로 완전 개방하는 일은 오히려 때늦은 느낌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국제고 안은 교육시장의 원칙적 개방을 통한 우리교육의 체질개선과는 그 방향이 다른 듯 하다.
일반인 자녀의 입학이 허용되나 교사진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구성되고 외국식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될 국제고는 경제특구내에만 제한된 수로 허용될 것이며 외국인학교에 대한 한국인 자녀의 입학 자격을 해외거주 5년에서 2~3년 이내로 완화하고 한국인에게도 설립을 허가함으로써 그 수를 늘린다는 이야기다.
한국말로 교육을 시키는 이른바 ‘자립형’ 일반사립학교의 설립허가도 공표된 인가기준에 따라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상관없이 극히 작은 수로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시되고 있는 교육 국제화 안이다.
외국인 학교수가 늘고 국제고가 생기며 우리교사들보다 월등한 대우를 받는 원어민 교사 5,000명을 채용한다고 해서 우리 교육의 질이 국제적 수준으로 도약 할 수 있을까?
결국 특혜 받는 사람의 수가 좀 늘어날 뿐 국제고나 외국인 학교는 여전히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귀족학교’가 될 것이다.
그 학교들에 입학하기 위한 자격획득 뿐 아니라 그런 학교 설립을 위해 교육부 인가를 받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 불 보는 듯하다.
그에 더해 ‘우수한’ 것으로 판정 나는 외국 대학원들에게는 분교 설립도 허용 할 계획이라니 각기 다른 전문분야의 까다롭기 짝이 없는 대가들로 구성되는 속성을 가진 대학원들을 통째로 평가해서 우수한 것만 골라서 유치할만한 위력을 누가 갖고 있는가?
분야별 교수초빙이 아니라 통째로 수입되는 외국대학원 분교들은 자칫하면 고가의 로열티를 지불함으로써 상표는 쓰고 있을망정 원산지의 진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2급의 ‘명품’들처럼 이름에 대한 허영심은 있으나 내용에 대한 변별력은 없는 졸부들의 욕구나 만족시키는 장치로 전락하기에 십상일 것이다.
교육부의 정책을 보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발견되기 전 학자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는 전제 아래서 마치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많은 다른 별들의 궤도 또한 달라지는 듯 수없이 많은 원들로 얽혀있는 복잡한 그림을 만들어 천체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려 했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 교육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목표가 있다면 교육부의 할 일은 외국인 들에게도 한국의 강단에 서거나 학교를 운영할 자격을 주느냐, 어떤 기준으로 인정하느냐, 외국인 채용을 격려하기 위한 보조를 어느 수준에서 할 것인가 등의 큰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지 몇 개의 국제고와 외국인 학교, 또는 자립형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몇 명의 외국인을 채용하느냐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개방된 국제 경쟁 속에서 어떤 국적을 가진 교수나 교사들을 얼마나 채용하고 말고는 대학과 학교들에 맡기고 국제고를 포함한 특수목적고의 설립도 일반 사립학교나 마찬가지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절될 수 있게 격려하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이 아닌가 한다.
/이인호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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