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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일에 빠진 경제관료시절 아내 '옐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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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일에 빠진 경제관료시절 아내 '옐로카드'

입력
2002.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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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인가, 어느 봄날 아침이었다. 상공부의 젊은 과장으로 일과 사람 사귀는 것이 인생의 모든 것인 양 미쳐 있을 때였다. 당시 미주 통상과장으로 CTV 반덤핑 문제 등 대미 통상마찰 문제를 다루는 실무 책임자였다.간부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 보니 웬 편지가 하나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발신인 이름과 주소가 없는 편지로 ‘무슨 투서인가’ 하고 뜯어보니 아내가 보낸 것이었다. 아니 매일 보는 사람이 웬 편지? 그러나 심각한 편지였다.

“당신과 대화해 본지 오래 되었습니다. 일에 빠져 주말도 없이 매일 12시가 넘어 파김치가 되어서 들어오고 아침에는 용수철처럼 일어나 세수만 하고 뛰어 나가는 당신. 나에게는 입과 귀가 없는 남편이고 아이들한테는 한밤중에 소리 없이 들어왔다가 새벽 햇살이 비치면 사라지는 유령 같은 아빠입니다. 해줄 말도 많고 들을 말도 많은데…큰 애가 국민학교에 들어갈 때도 됐고, 아파트도 좀 고쳐야 되고…”

이 이야기가 어쩌다가 과천 관가에 알려졌다. 얼마나 밖으로만 쏘다녔으면 부인에게 그런 편지를 받을까? 아내가 보낸 ‘러브레터’로 보아야 할지, ‘옐로카드’로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말이 관가에 나돌았다고 한다.

가정의 소중함을 희생하였지만 그래도 그때는 엘리트 경제관료로서의 자부심과 신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을 공직자들의 당연한 덕목처럼 생각하였다. 그 편지를 받은 후에 다소 반성은 하였지만 크게 바뀌었겠는가?

그러나 요즈음 공직자들의 사기가 그때 같지 않고 젊은 관료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또 이제는 대부분 차를 가지고 다녀서 퇴근 후 지친 심신을 달래는 자연 발생적 대포 한잔 기회도 거의 없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일과 가정을 다같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창의력도 생기고 ‘붉은 악마’와 같은 파괴력도 나온다. 아무튼 나는 그때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레드카드’는 받지 않아서 쫓겨나지 않고 살고 있다.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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