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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한달…9명은 아직도 병상에/부상자들 "정신적 상처가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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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한달…9명은 아직도 병상에/부상자들 "정신적 상처가 더 커"

입력
2002.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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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수 백번 사과를 한들 그 끔찍한 기억까지 지워지겠습니까?”29일은 서해교전이 발생한 지 한 달. 당시 교전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이희완(26) 중위는 28일 “요즘도 그 기억이 악몽으로 되살아 나 하루에도 몇 번씩 잠에서 깨게 된다”며 몸서리를 쳤다.

당시 부상당한 19명 중 9명은 아직도 국군수도병원에 남아 한달 전의 전투가 남긴 상처와 싸우고 있다. 특히 복부와 대퇴부 동맥 등이 파열돼 8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아야 했던 박동혁(20) 상병은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 상병의 담당 간호사는 “가끔 정신이 들어 눈을 껌벅거리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며 눈물을 훔쳤다.

대부분의 부상자는 점차 상태가 호전되면서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은 권지형 상병은 손가락을 움직여 보이며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정상을 회복할 수 있겠죠”라고 미소를 띄었고 조현진 상병도 “예전처럼 다시 축구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전우(戰友)의 죽음을 지켜보며 죽음의 공포에 떨었던 이들의 정신적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조현진 상병의 아버지 조재용씨는 “평소에는 웃음을 보이다가도 아직도 ‘그 때’ 일만 물으면 입을 굳게 닫아 버린다”며 안타까워 했다. 병원관계자는 “대부분 병세가 빠르게 호전되고 적응도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당시에 받은 정신적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신적인 치료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중위는 “전우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던 그 바다를 비록 불구의 몸이지만 살아남은 내가 지키고 싶다”며 군 복귀를 자원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함상 근무는 어렵겠지만 이 중위를 교관이나 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게 할 생각”이라며 “그의 자세는 전 해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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