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5)씨는 일요일 저녁만 되면 가슴이 답답하다. 월요일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회사 일에 대한 중압감이 그를 짓누르는 것이다.상사로부터 미숙한 업무처리 때문에 늘 지적당하고, 부하 직원들은 그런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당장 사표를 던져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만성 위염에 심장 두근거림과 울화증까지 그의 직장 스트레스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1997년 이후 4년간 직업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2,945명. 이 가운데 53%인 1,547명이 뇌혈관 및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영환경이 치열해지고 근로자에게 요구하는 업무의 전문성과 강도가 높아지면서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세진 교수가 245개 사업체 6,977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5%에 불과했고 잠재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73%,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22%로 나타났다.
행동 유형별로는 공격적이고 성취욕구가 강한 사람과 직위가 낮은 사원급이나 교대 근무자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직무요구도가 높을수록, 직무상 재량권이나 직무자율성이 낮을수록, 그리고 동료나 상사의 지지가 낮을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도 질병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입과 목이 마르고 떨리며, 심장이 두근거린다.
설사와 변비, 빈뇨 증상이 나타나거나 두통, 불면증, 피로감, 목과 어깨 결림, 요통, 흉통, 소화불량 등이 생기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는 불안, 우울, 급격한 기분변화, 신경과민, 자존심 저하, 분노, 좌절감, 적대감, 죄책감, 집중력 저하, 건망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로 인해 협심증, 고혈압, 위궤양, 천식 등 만성질환이 악화되기도 한다.
■스트레스 관리 생산성과 직결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정도가 심하면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심리학회지에 발표된 예일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는 근로자가 건강한 근로자보다 2배나 많은 병가(病暇)를 사용하고 회사에 출근하더라도 생산성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연간 3,000억 달러, 종업원 1명당 약 7,500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종업원들의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다.
미국 보건부가 3,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75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5분의 3, 100~250명에서는 3분의 1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602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42.5%가 스트레스 관리 대책 및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국내에서는 직장 스트레스를 종업원들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회사 경영진들이 사원들의 정신 건강 증진을 사원복지 프로그램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는 고통과 힘겨움을 주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활력도 무시할 수 없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생활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첫번째 방법은 건강한 섭생이다. 신선한 음식을 적당한 칼로리로 섭취하고 비타민 B와 C 복합제를 하루 1알 정도 먹는 것이 좋다.
또 정신적 스트레스, 피로감, 온몸이 나른한 느낌, 성욕감퇴 등은 보약이나 영양제보다 간단한 운동이 더 효과적이다.
주말에만 잠깐하는 운동보다는 이틀에 한 번 정도 숨이 가쁘고 땀이 날 정도로 강렬한 운동을 10~20분 정도 하는 편이 좋다.
주위의 마음 맞는 사람과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답답한 심정, 정신적 고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자신의 문제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음주나 흡연, 문제회피, 수면 등은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음악이나 예술, 책 등을 통해 자신을 가다듬는 것이다. 명상이나 긴장이완 요법, 복식호흡 등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방법이다.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는다. 하지만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받는 사람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성취지향적이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해 쟁취하려는 성격의 사람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런 사람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높은 기대치 때문에 짜증을 잘 내고 참을성이 부족해 주위 사람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실제 이런 유형은 심장병 사망률이 보통 사람보다 2~3배나 높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드는 성격이 아닌지 따져보고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위해서 스스로 성격을 개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직무 스트레스 자가 진단표
1.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두렵다.
2. 내 일에 흥미가 없고 지겹게 느껴진다.
3. 최근 업무와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4. 내 업무 능력이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5. 직장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6.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일을 한다.
7. 내 업무 책임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
8. 직장에서의 일을 집까지 가져가서 할 때가 많다.
9. 업무가 내 능력과 흥미에 잘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10. 내 일이 미래에 대한 전망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11. 우울하다.
12. 별다른 이유없이 긴장이 되거나 불안할 때가 있다.
13. 잠을 잘 자지 못한다.
14. 짜증이 자주 나서 배우자나 가족들과 자주 다툰다.
15.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16.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가 있다.
17. 최근 지나치게 체중이 늘거나 혹은 지나치게 체중이 빠졌다.
18. 쉽게 피곤하다.
19. 무기력감을 느끼거나 멍할 때가 있다.
20. 술, 담배를 이전에 비해 많이 한다.
*10가지 이상이면 스트레스 ‘경보’ 상태.
■미국 보건부가 권장하는 스트레스 해소법
1. 아침을 여유 있게 시작하라. 일찍 일어나 식사하고 가족과 대화도 나눈다.
2.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급한 일부터 처리한다.
3. 일을 완전무결하게 처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4. 휴식시간은 완전히 쉰다.
5. 건강한 생활의 3대 원칙인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를 생활화한다.
6. 억울하고 불쾌한 감정은 오히려 낮은 목소리로 표현한다.
7. 서로를 격려하는 친구와 모임을 갖는다.
8. 일감을 절대로 집에 가져가지 않는다.
9. 중요한 약속이나 업무는 수첩에 기록한다. 빗나간 약속들이 나중에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 커피나 청량음료를 피하고 물과 주스를 마신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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