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은 선거 열기가 제법 뜨거웠다. 26일 중심가인 시청 4거리 곳곳에는 출마자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전체 인구의 50% 가까이가 밀집한 신장ㆍ덕풍동 일대의 신시가지에서는 7,8명씩 몰려 다니는 선거 운동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창우동 아파트 단지 내 현대슈퍼의 이모(34)씨는 후보 5명 모두를 알고 있었다. 그는 “민주당 문학진(文學振) 후보 등은 벌써 인사를 하고 갔다”며 “현정권이 워낙 잘못한 만큼 인물은 볼 것도 없이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덕풍 3동에 사는 주부 김송자(金松子ㆍ49)씨는 “민주당이 좋은 건 아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기는 싫다”고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아직 선거 공보물이 집으로 배달되지도 않았지만 현대베스코아 상가에서 만난 11명의 시민 가운데 6명은 2명 이상의 후보 이름과 정당을 알고 있었다. 물론 투표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지역신문 ‘시티뉴스’의 고승선(高承宣) 기자는 “조직 기반이나 지명도가 있는 후보들이 출마해 선거캠프의 움직임은 활발한 편”이라며 “그러나 이곳 역시 정치불신이 크고 선거일이 휴가철이어서 투표율이 30%를 넘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로만 따진다면 한나라당이 유리한 듯했다. 직전에 치른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시장과 도의원 2석은 물론 9석의 시의원에 내부 공천한 7명을 당선시켰다. 한나라당 김황식(金晃植) 후보는 실물경제 전문가임을 앞세우면서도 “시장과 국회의원이 같은 정당 소속이라야 제대로 지역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당대 당 대결 구도로 몰아 가고 있다. 김 후보는 선거홍보물에도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 을 크게 싣는 등 한나라당의 울타리를 최대한 과시했다.
반대로 문 후보는 철저한 인물 중심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문 후보는 “13대 서울 양천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정치경력이 불투명한 김 후보와 달리 나는 15대에 이어 16대 총선 때 인근 광주에서 3표차로 낙선하는 등 지역 신망이 높다”며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견제론과 인물론을 동시에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김 후보와 달리 현수막에도 민주당 후보임을 밝히지 않고 홍보물에는 왼쪽 모서리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정당을 표시했다.
9만명의 유권자는 충주댐 건설을 전후해 이주한 충청 출신이 30% 정도로 가장 많고 이어 호남 23%, 영남 20%, 원주민 15% 등의 순이다. 각 캠프는 약 30%의 투표율을 전망하면서 1만3,000표 안팎을 당선권으로 보았다.
양당 후보 외에 민주당 소속으로 1, 2기 민선시장을 지낸 손영채(孫永彩) 후보,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졌으나 15,16대 총선에서 20% 이상을 얻었던 양인석(梁麟錫) 후보 등 무소속 후보들의 득표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양당이 하남을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경합지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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