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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라엘리안과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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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라엘리안과 한국사회

입력
2002.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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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쯤 첫 복제인간이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른다.최근 이탈리아의 인공수정 전문가인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가 복제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 받아 임신한 태아가 잘 성장하고 있으며 12월께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인간복제 전문회사인 클로네이드의 한국 지사는 늦어도 6개월 안에 복제인간이 출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한국인 20대 여성 한명이 복제인간 배아로 임신 중이라는 클로네이드의 발표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과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은 복제인간이 한국에서 태어날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서둘러 생명윤리법을 제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정부는 보건복지부안을 토대로 단일안을 만들어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연구 범위를 심의하기 위한 생명윤리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클로네이드의 설립자는 지난해 9월 서울을 다녀간 클로드 라엘(57)이다. 프랑스 출신으로 중학교 중퇴 학력의 카레이서였으나 27세 때 외계인을 만난 뒤 라엘리안 무브먼트라는 종교집단을 창설했다.

라엘리안은 84개국에 5만여 명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국내에도 1,500여 명의 신도가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4,000여 명의 복제인간 신청자를 확보했으며 이 중에 한국인 불임 부부 10여 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엘리안은 과학문명을 가진 다른 행성의 과학자들이 지구에 나타나서 모든 생물체를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을 가리키는 ‘엘로힘’이란 말도 ‘외계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한다. 요컨대 외계인이 지구의 생명을 창조한 것처럼 인류도 인간 복제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와 마호메트를 외계인으로 보는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추종자들은 미확인 비행물체(UFO), 곧 비행접시의 존재를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비행접시 따위를 믿는 종교집단은 대개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에 그려진 천년왕국의 도래를 고대한다.

천년왕국이란 선과 악의 대결전(아마겟돈)이 벌어진 뒤 예수가 재림해 1,000년 동안 통치하는 왕국을 뜻한다.

천년왕국주의자들은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으며 풍요롭고 성스러운 새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종말론자들은 하나님이 보낸 비행접시를 타고 천국으로 들어가게 되길 간절히 소망하는데, 비행접시는 성경에 등장하는 하느님의 마차인 셈이다(시편 68장 17절).

비행접시를 신봉하는 종파가 종말론자라는 사실은 이미 미국에서 발생한 몇몇 종교집단의 비극적인 말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1978년 11월 가이아나의 존스타운에서 인민사원 추종자 900여 명이 제임스 존스 목사의 명령에 따라 독약이 든 음료를 마셨다.

자살은 그들에게 하늘의 왕국으로 승천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믿었다. 1997년 3월에는 비행접시가 자신들을 천국의 문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믿은 헤븐스 게이트 신도 39명이 자살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외계인을 맹신하는 집단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비행접시 숭배자들의 집단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라엘은 지난해 서울 체류 9일 동안 무려 40여 개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가졌고, 강연회에는 700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현대과학의 합리주의와 한참 동떨어진 라엘리안이 첨단 과학을 앞세워 한국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교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라엘이 포교 대상으로 군침을 삼킬 만큼 한국 사회 일각의 정신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도 생명윤리법안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가 힘 겨루기를 하고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과학과 윤리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서 인간복제의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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