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이라도 이 곳 사람들 입장에 서 보세요. 그러면 절대로 '혐오시설' '부랑아'라는 말을 쉽게 입에 담지 못할 겁니다."노숙자들이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재활을 준비하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자유의 집'에서 5년째 무료 봉사활동을 해 온 주부 이인옥(李仁玉·46)씨. IMF 사태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이곳에 노숙자 등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 98년 12월. 당시 새로 딴 미용사 자격증을 8개월 동안 썩히고 있었던 이씨는 "무료로 머리를 깎아주고싶다"며 불쑥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때부터 이씨는 아내, 세 아이의 어머니, '노숙자의 벗'이라는 1인 3역을 하기 시작했다. 월~금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20~50명씩 총 2,000명 이상의 노숙자 머리를 깎아줬다. "반드시 보답을 해야한다며 호주머니를 털어 음료수, 빵, 사탕 등으로 냉장고를 채워주는 따듯한 사람들이 노숙자"라고 말하는 이씨는 "성격이 둥글둥글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이게 다 이분들에게도 배울 게 많다는 증거"라며 환하게 웃었다.
'누나'로 불리며 44개월동안 노숙자로 동고동락 해 온 이씨는 요즘 누구보다도 마음이 무겁다. 최근 땅을 사들인 (주)집과 사람이 자유의 집 부지를 사회복지시설로 지정하려는 서울시 방침에 반발, 땅을 비워달라는 법정 소송을 냈기 때문. 이씨는 "'혐오시설'을 없앤다는 이유만으로 내쫓으면 그들은 어디로 가느냐"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제발 이곳 사람들과의 인연이 끊기지 않았으면..." 이씨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이다. 자유의 집 (02)2635-9166~7
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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