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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北 '유감'에 이성적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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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北 '유감'에 이성적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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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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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서해교전과 관련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소모적 정치공방을 지양하고 냉철한 이성에 입각해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냉철함은 물론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함을 가리킨다.그러나 보다 중요한 의미에서의 냉철함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통일지향적 안정을 증진시킨다는 커다란 명제에 입각해 북한의 유감표명이 가지는 의미를 냉정히 판단함을 뜻한다 할 것이다.

북한의 유감표명이 사과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북한의 이례적인 제스처를 우리가 의도적으로 긍정 평가함으로써 그간 정체되어 있던 남북관계의 수레바퀴에 역동성을 더해가자는 말이다.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격려함으로써 큰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례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심한 부부싸움을 한 후 한동안 냉전상태에 있던 아내가 어느 날 집안에 꽃을 준비한다든지 아니면 아이를 시켜 남편에게 말을 건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때 남편이 이러한 사소한 제스처를 평가절하하고 아내의 명백한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 양자관계는 모욕감과 상호 증오감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남편의 입장에서 미흡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아내의 이러한 제스처를 주목·격려한다면 양자는 이를 관계발전의 큰 계기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를 부부관계에 비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비(類比)가 상징하는 바이다. 결과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남북관계의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려면 우리가 그러한 미래를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한가지 우리가 배양해야 할 것은 정책과 대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서해교전이 발생했을 때 적지 않은 정치인 언론인들은 그것이 소위 햇볕정책의 실패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북한의 도발이 특정 대북정책의 결과라면 햇볕정책은 엄청나게 성공한 정책이다. 통시적으로 보면 북한의 대남도발의 횟수와 강도는 근래에 들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북관여정책을 유일한 대안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지 북한도발=대북정책의 실패라는 단순한 논리가 가지는 모순과 위험스러운 함의를 지적코자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일탈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대북정책 자체의 합리성 여부와 성급히 연관시키기보다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탄력적인 대책들을 마련하는 일이 바람직하다.

한편 김대중 정부는 우리의 대북정책을 도그마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에 유의해야 한다. 서해교전 직후 김 대통령은 일본에서 햇볕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엔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DJ=햇볕정책이라는 등식을 재확인해줌으로써 국내정치가 국가적 정책에 스며들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주었다. 대북관여정책은 누구의 창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대북정책 대안 중 김 대통령이 선택한 정책이다.

요컨대 김대중 정부는 대북관여정책의 유용성과 그것이 가져온 다양한 성과들이 국내정치 요인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대북담당부처와 제도가 정책판단을 주도하게 하는 등 대북정책의 사유화 경향을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햇볕정책은 대북 신축성을 핵심으로 하면서도 그 정책 유지와 관련해서는 완고한 불변성을 전제하는 듯 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정책이 도그마화하면 그전까지 지니던 합리성이 빛을 바래고 이성이 마비된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180도 변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늘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유연성과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고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용이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협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이번 북한의 유감표명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적정수준의 응징이 북한의 협력을 유도해낸 것이다.

북한은 그간 수많은 도발을 했으면서도 유감을 표명한 적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남북관계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자세와 열린 대북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발적으로’개척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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