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을 얼마로 정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출판사들은 책값을 약간씩 부풀려 정한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개정판 낼 때면 책값을 올려야 하는데 지금 너무 낮게 정하면 그때 많이 올리기도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지금 너무 높게 매기면 독자들이 외면할 것 같고…”최근 만난 출판인은 책값 정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상품의 가격이야 생산 및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과 적당한 이익을 더해 정해지지만, 요즘 책값에는 고려해야할 변수가 또 하나 있기 때문이지요.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한 책값 할인이 그것입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정가에서 30% 안팎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는 게 일반화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출판사에도 할인된 가격에 책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라고 자신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그대로 감내하겠습니까.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책값 부풀리기에 나서는 것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도서정가의 10% 이상 할인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이 계류돼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으나 9개월이 넘도록 처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초 이 법안은 책값을 할인하는 온라인 서점과, 정가대로 팔겠다는 오프라인 서점의 갈등, 그리고 이익 감소를 호소하는 출판사의 입장 등이 고려돼 만들어졌습니다.
책값 할인으로 서점과 출판계가 몰락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등한히 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측도 있습니다.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산다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야 좋은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출판인의 말처럼, 정가가 부풀려 정해진다면 꼭 이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가대로 책을 구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할인받은 만큼 돈을 더 내고 구입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할인된 가격이 정가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현재 출판 및 인쇄진흥법을 둘러싼 찬반 입장은 나올 만큼 나온 상태입니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할 때 입니다.
그런데도 국회는 이 법안을 무작정 묵혀둔 채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이 없습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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