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장애학생의 학습권을 위한 배려를 소홀히 했다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지법 민사43단독 김세윤(金世潤) 판사는 26일 지체장애 1급인 숭실대학생 박지주(30ㆍ여)씨가 “장애학생을 배려하지 않아 학습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학측은 박씨가 장애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일반 학생들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며 “장애인용 책상 설치, 강의실 저층배정 등 비교적 손쉬운 요구를 배려하지 않아 박씨가 신체적 불편과 정신적 피해를 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학측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일부 설치하고 추가 설치를 위해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사실 등에 비춰 장애인 편의시설이 박씨가 주장하는 기간 내에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 대학측이 배려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1998년 장애인특별전형으로 숭실대 사회사업학과에 입학했으나 강의실등 교내 주요시설을 이용할 때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학습권을 침해 당했다며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 승소한 박지주씨
초등학교 시절 결핵성 척수염으로 하반신 신경마비가 시작된 박지주씨는 중학교때 학교측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자퇴를 종용, 검정고시로 중ㆍ고 과정을 힘들게 마치고 98년 숭실대 사회사업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에서도 고난은 계속됐다. 대학 입구의 경사가 심한데다 대학 건물에는 장애인용 승강기도 갖춰지지 않아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강의실에 들어가는 일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박씨는 대학측에 수차례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기다리라’는 답변 뿐이었다. 결국 박씨는 지난해 3월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박씨는 소송 이유에 대해 “소외된 사람들도 구성원으로 인식해 제도와 생활 모든 면에서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를 원했을 뿐”이라면서 “장애인들을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지말고 평범한 이웃으로 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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