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경제계 인사들 앞에서 경제철학과 비전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 26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ㆍ기협중앙회 서머포럼에 참석한 두 후보는 청중들이 국내기업 경영자인 점을 의식한 듯, '시장경제 활성화' '관치타파''규제 철폐' 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하지만 이 후보는 현 정부의 경제적 실정을 집중 질타했고, 노 후보는 이 후보와의 경제철학 차별화를 부각시키는 등 몇가지 포인트에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의 관치타파론
이 후보는 현 정부의 경제운용방식을 '인치(人治)ㆍ관치경제'로 규정하며, 이를 '법치(法治)에 의한 자유시장경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아울러 "정치자금을 내지 않아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기업할 수 있는 편한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새 정부 구성에는 지역안배나 논공행상을 배제하고 국정 최우선 순위를 경제살리기에 두겠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는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겠다"고 언급, 기업들의 눈에 '권력ㆍ사정기구'로 인식되고 있는 이들 기관에 대한 정비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 후보의 규제개혁론
노 후보는 자신의 경제철학에 대한 기업인들의 거부감을 의식한 듯, 친(親)기업적 경제비전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노 후보는 "기업규제는 획기적 방향으로 재검토하고 관치의 잔재로 남은 준조세나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을 유발하는 애매모호한 법규정도 과감히 뜯어고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출자총액제도와 관련, "재계가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당분간 이 제도는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기업규모에 의한 경영규제는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고 출자총액제도 역시 존속시한과 조건을 둘 것"이라고 말해 기업인들의 불안해소에 역점을 뒀다.
▼성장ㆍ분배 시각차
두 사람 모두 성장ㆍ분배의 조화를 강조했지만 뉘앙스는 좀 달랐다. 이 후보는아르헨티나의 예를 들며 분배 일변도의 '포퓰리즘(populism)'의 문제점을 암시했다. 이 후보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하는 경제엔 희망이 없다.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성장잠재력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노 후보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 및 선순환'을 강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분배쪽에 무게를뒀다. 노 후보는 "다른 후보보다 분배문제를 강조하고 싶다. 이는 더 악화하기 전에 빈부차개선과 저소득층 삶의 질 확보에 좀 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귀포=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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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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