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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화는 재개하되 신중하게

입력
2002.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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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장관급 회담 개최를 제의해온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서해교전 이후 한달 가까이 끌어온 남북간의 대치상태를 해소하고 밀린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비록 ‘유감’이라는 수준에 그치기는 했지만 과거의 예와는 달리 북한이 비교적 신속하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하다. 김대중 대통령도 같은 날 군 주요지휘관과 가진 오찬석상에서 명백히 밝힌 것처럼 서해교전은 ‘북한군의 명백한 불법도발’이다. 따라서 북한이 ‘남조선 군대의 계획적 도발’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로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우리측이 요구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에 관해서는 ‘유감’이라는 말로 대신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측의 재발방지 보장요구에 대해서도 “남북 쌍방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우리는 정부가 북한의 제의에 대해 대화는 시작하되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할 것을 촉구한다. 북한의 전통문을 접수한 직후 통일부가 “명백한 사과로 받아들이겠다”고 흥분했던 것이나 “재고 쌀 400만석을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농림부의 성급한 언급은 심히 유감스럽다.

김 대통령도 지적한 대로 정부는 앞으로 대화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관철해야 한다. “대화재개에 급급한 나머지 자칫 북한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국민적 동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햇볕정책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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