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법사위에서 나온 민주당 함승희 의원의 발언은 참으로 신선하다. 7ㆍ11 개각에서 법무장관에 김정길 장관이 재기용된 것을 두고 ‘국민을 무시한 통치 행위’라며 비판한 것은 우선 ‘야당은 공격, 여당은 수비’라는 도식에 갇힌 의정활동의 관행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민주당은 지난 개각에서 ‘청와대의 압력설’등과 관련해 법무장관이 경질된 것에 대해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애써 외면해 왔다. 때문에 ‘무조건 대통령을 비호한다’는 여당의 오랜 불문율을 깬 함 의원의 용기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함 의원의 지적대로 김 장관은 오늘날 검찰조직이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것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김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재임했던 1999년 6월부터 2001년 5월 사이에 있었던 진승현ㆍ정현준 사건은 검찰이 ‘적당히’ 처리했다가 뒷날 들통이 나 호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그가 재임 중이던 시절에 검찰은 이용호 사건을 ‘무혐의’했다가 나중에 전모가 밝혀지면서 김홍업 이수동 이형택씨 등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뿐이 아니다. 그가 주요 포스트에 임명한 검찰 고위간부들이 각종 게이트와 관련해 줄줄이 옷을 벗거나 사법처리 됐다. 함 의원의 표현대로 김 장관은 검찰 50년 역사에서 최악의 검찰을 운영했다.
현직에 있었더라도 이런 엄청난 일이 터지면 응당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마땅할 터인데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다시 장관자리에 앉은 것은 정말 상식적으로는 판단키 어렵다. 검사 출신인 함 의원이 여권이면서도 ‘친정’을 염려해 한 고언(苦言)은 ‘검찰 바로 서기’의 혼돈상황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귀담아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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