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신화에 이은 K리그의 인기폭발은 역설적으로 우리 축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우선 프로축구 개인득점 중간순위를 따져보자. 모두 6명이 3골로 공동 1위를 형성한 가운데 토종선수는 이동국(포항)만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황선홍과 안정환 등 월드컵대표팀의 간판 골잡이들이 K리그에서 뛰지 않는 탓도 있지만 이는 우리 선수들의 빈곤한 골 결정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축구팬은 시원한 골맛을 기대하며 그라운드를 찾는다. 골에 대한 팬들의 갈증은 용병들이 풀어주는 셈이다.
물론 마니치(부산)를 비롯해 한 수 위의 골감각과 화려한 골세리머니를 자랑하는 용병들도 인기몰이의 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리 선수들의 골이 팬들에겐 더욱 값진 선물이 아닐까.
골은 스트라이커가 넣어야 제맛이다. 미드필더의 득점은 기습 중거리슛이 대부분인 반면 스트라이커의 골은 의외의 상황에서 터져 나와 더 환상적이다. 스트라이커는 또 위기상황에서 한방을 터뜨려 팀을 구해내는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이같은 기준을 충족시킬 만한 국내파 스트라이커는 이동국과 이천수(울산) 고종수(수원) 김도훈(전북)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절대 부족한 셈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이들이 좀더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태극전사 골잡이들의 국내복귀를 기대하기도 그렇고 스타가 어느날 갑자기 탄생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황선홍은 내가 포항감독을 맡은 1990년대 중반 문전에서의 반복된 슈팅연습을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 덕에 95년 프로축구 8경기 연속득점의 대기록을 세웠다. 뮐러와 피셔 등 독일의 세계적 스트라이커도 발리슛만 하루에 수백번씩 연습했다.
특히 언제든 찬스가 올 수 있고 주어진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중요하다. 감독들도 공격전술을 발전시켜 좀 더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제 월드컵이 끝난 지도 한달이 가까워진다. 꿈나무 육성 등 축구의 백년대계를 하루빨리 마련하는 게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는 길이라는 건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전 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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