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뛰고 구를 시간과 공간이 없다. 학원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느라 뛰어 놀고 운동할 시간이 없고, 시간을 내 바깥으로 나가봐야 먼지 날리는 운동장이나 모래 속에 파묻힌 놀이터 밖에 없다.한참 신체가 자라고 정서적인 변화를 겪는 사춘기에 운동은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청소년기인 중·고교 6년간 아이들은 내신 평가에 들어가는 몇몇 기능을 반복적으로 익히는 것 외에 마음 놓고 운동할 기회가 없다.
이러한 운동 부족은 아이들의 체력 저하와 정서적 피폐로 이어지며, 결국 국가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대학교에 들어갈 때에는 중·고교 시절 공부만 한 우리 아이들의 실력이 월등 좋은 것 같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 진짜 공부를 할 때가 되면 중·고교 시절 마음껏 운동을 하며 체력을 비축한 선진국 학생들이 배낭 하나 메고 도서관에 들어가 3~4일을 꼬박 새우잠을 자면서 버티는 데는 당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체력이 실력이고 국력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난다.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도 심신이 건강한 아이들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게 우리의 교육현실이지만 학교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의 심신을 단련할 방안이 어떻게든 나와야 한다.
우선 체육활동을 현재의 사회봉사활동과 같이 차등 점수 없이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일 한시간씩 혹은 이틀에 한시간씩 아이들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 시간에 이루어지는 활동에 대해서는 이수하기만 하면 같은 점수를 부여해 내신 점수를 위한 단순한 기능 익히기에서 자유롭게 만들고, 대신 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감점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 충분하지도, 적합하지도 못한 현재의 운동장 형편을 고려해서 학교 부근의 자투리 땅을 활용해 소규모로 약식 축구나 농구를 할 수 있는 풀밭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체육관을 지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 시설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가므로 체육관 하나 지을 예산으로 작은 규모의 풀밭들을 여러 개 확보해서, 부근의 학교들이 회원제로 운영하거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면서 대여하는 형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후나 사용 빈도상 잔디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한강시민공원과 같이 여러 가지 풀들이 나 있어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마음대로 구를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시간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학부모 명예교사나 외부 체육지도자에게 위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성교육이라는 좋은 목적으로 시작된 선택적인 특기적성교육이 입시 위주의 교육에 밀려 빛을 잃은 전례에 비추어 보면 체력단련을 위한 활동은 선택적인 클럽활동이 아닌 정규 교과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의무적으로 교과과정에 넣되 따로 시험을 보지 않고 이수 여부만을 판단하는 방식이 되어야 아이들이 마음 놓고 즐기면서 구르고 뛸 수 있게 된다.
사실 음악이나 미술 과목도 아이들이 1점, 2점을 의식하지 않고 문화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으로 바뀌어가야 하겠지만 건강과 체력 향상을 위한 체육활동은 그보다 더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의욕적인 교육환경 개선사업으로 학급당 학생수가 1년만에 40명에서 34명으로 줄어드는 등 교육환경은 크게 좋아졌다.
그러나 1998년 조사에서 학교 체육시설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18%에 불과했는데, 교실 증축으로 운동장은 더욱 좁아졌다.
따라서 교육환경 개선사업이 더욱 실질적이고 균형 있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아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게 하는 더욱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주현 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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