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곧 돈’이라는 속담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용어가 ‘시(時)테크’. 시간을 최대한 쪼개 절약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라는 의미다.좀 더 넓게 보자면 ‘어떤 시간대를 활용하느냐’ 역시 시테크의 범주에 포함된다. 똑 같은 일을 하더라도 아침이나 낮 시간대를 이용하느냐, 아니면 밤 시간대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투입되는 비용이 달라진다.
해가 길어진 요즘 밤 시간대를 활용해 절약에 나서는 ‘야(夜)테크족’이 늘어나고 있다. 주5일근무제 확산 등으로 직장인들의 시간 활용에 여유가 생기면서 야테크족에 동참하는 이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밤은 쇼핑 천국
서울 성수동에 사는 주부 김정윤(34)씨의 쇼핑 시간은 밤 10시 무렵.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뒤 남편과 갖는 오붓한 데이트 시간이기도 하다.
김씨가 남편과 함께 매주 1~2차례씩 들르는 곳은 인근 A할인점. 공산품이야 늘 가격이 똑같지만 야채, 생선 등 신선함이 생명인 신선식품은 이 무렵이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있다.
물론 다음날 아침 식탁에 오를 재료들이기 때문에 신선도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막판 떨이’ 인 만큼 흥정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할인점들은 평소 오후 10시면 폐점을 하지만 여름철이 되면 대부분 1~2시간 연장 영업을 하며, 킴스클럽 등 일부 할인점은 아예 24시간 영업을 하기도 한다.
쇼핑 혼잡을 피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밤 시간대 할인점 쇼핑의 매력. 대부분 신선식품은 야간에는 평상시보다 30%에서 많게는 60~7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전화 데이트는 야간에
연인들에게 전화나 휴대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문제는 돈이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화통을 붙잡고 있다 보면 한달에 수십만원의 통화료가 부과되기 마련이다.
통화료를 줄일 수 있는 비결은 야간 통화. 통화량이 적은 밤 시간대 전화를 이용하면 최고 70~80%까지 전화료를 절약할 수 있다.
KT 시내전화의 경우 낮 시간 대에는 180초당 39원의 통화료가 부과되지만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는 258초당 39원이 적용된다.
30% 이상의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셈. 특히 과금거리 30㎞ 이상의 시외전화 2대역 구간 통화에서는 10초당 14.5원의 통화료가 야간 시간 대(0시~오전6시)에는 절반인 7.25원으로 줄어든다.
휴대폰 통화 역시 마찬가지. 011 휴대폰의 경우 일반 요금제를 선택하면 기본요금(1만5,000원) 외에 10초당 21원의 통화료가 부과되지만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10원으로 뚝 떨어진다.
특히 야간 할인율이 가장 높은 이코노미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낮 시간에는 10초당 37~46원의 높은 요금이 부과되는 반면,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오전6시까지는 8~9원의 통화료가 적용된다.
◆문화ㆍ오락 활동 휴일에
놀이공원이나 극장을 찾으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표를 구하는데만 1~2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보통. 게다가 휴일 할증 요금까지 적용되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평일 밤 시간대를 이용해 놀이공원이나 극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하루에 몰아서 문화활동을 즐기면 가격도 저렴하고 시간도 알뜰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변이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대부분 놀이공원들은 오후 5시 이후 입장할 경우 야간 할인요금이 적용된다. 롯데월드의 경우 2만6,000원인 성인 자유이용권이 야간에는 2만원.
제휴 카드 등을 이용해 무료 입장을 한 뒤 원내 자유입장권을 구입하면 1인당 1만2,000원에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캐리비안베이도 8월18일까지는 야간 개장을 통해 5만5,000원짜리 입장권을 오후 6시 이후 3만원에 판매한다.
극장들도 ‘올빼미족’을 겨냥해 야간 상영을 상시화하는 추세. 특히 스타식스 정동, 신촌 영화나라, 목동 킴스 시네마, 명동 코리아 극장 등은 야간에 신작 영화 3편 패키지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대부분 두 편 가격인 1만4,000~1만5,0000원에 3편을 볼 수 있는 것이 보통. 인터넷 사이트나 명동, 종로 일대 커피숍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들고 가면 1만원 안팎에 세 편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요즘은 평일 저녁 시간을 이용해 ‘알뜰 결혼식’을 올리는 신혼 부부들도 적지 않다. 저녁 결혼식은 통상 예식시간을 2시간 이상 여유롭게 확보할 수 있는데다 식대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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