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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명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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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명단 공개

입력
2002.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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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운동 대상자명단, 친일자명단, 병역기피자명단…. 우리 사회에는 불명예스러운 명단이 많기도 하다. 되도록이면 어느 명단에든 이름이 오르지 않는 게 유리하다.이미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떠드는 아이들’명단에 끼지 않는 게 좋다는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요즘 청소년대상 성범죄자의 명단공개 문제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 이어 3차로 9월에 675명이 공개될 시점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위헌법률제청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명단공개는 이중처벌이며 처벌권 행사의 적법절차에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제청사건의 신청자는 벌금형이 확정된 전직 공무원인데, 그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져 더 망신을 당하면서도 소송을 한 것을 보면 명예와 체면이 중요한 사회일수록 명단공개의 위력이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름이 훼손되는 것은 그만큼 타격이 큰 형사처벌이다.

■그러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명예처벌’이 우리보다 더 심한 나라도 있다. 영국은 이사를 할 때마다 신고토록 하고 경찰이 지역 학교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전자를 채취, 명부를 작성해 관리한다. 대만은 이름은 물론 사진까지 언론에 공표하고 있다.

미국의 뉴저지주 등 7개주는 1996년 제정된 미건(Megan)법의 규정에 따라 성범죄자가 특정 지역으로 옮길 경우 경찰이 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뉴욕주는 이름과 사진이 담긴 소책자를 만들어 슈퍼마켓에서 무료로 나눠 준다. 집과 자동차에 자신이 성범죄자라고 표시하게 하는 주도 있다.

■그런 미국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연방대법원은 명단공개 관행에 대해 가을부터 위헌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코네티컷주의 한 연방판사가 지난해 위헌이라고 판시하면서 이 문제는 전국적 관심사가 됐다. 대법원 심리의 초점은 역시 이중처벌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성범죄자 명단공개는 법논리와 법감정의 충돌이며 사법과 행정의 갈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문제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려면 6개월은 걸릴 것 같다. 청소년보호위로서는 할말이 많겠지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일단 명단공개를 유보하는 게 옳을 것이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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