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는 8월10~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캐릭터 페어 2002’를, 한국캐릭터협회는 8월10~14일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2002 서울 캐릭터쇼’를 연다.주최와 장소, 폐막일만 다를 뿐 ‘붕어빵’ 전시회다. 양측은 지난해에도 20일 간격으로 비슷한 행사를 열어 예산낭비라는 질타를 들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난해 산하단체인 캐릭터협회 행사를 후원한 산자부가, 올해는 문화부 행사를 공동주최한다는 것.
이 때문에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양쪽에 신청을 내고 눈치를 보는가 하면, 아예 참가를 포기한 업체도 있다. 그러자 양측은 그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심한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난해 부처간 중복업무 조정과정에서 문화부가 캐릭터산업 주무부처가 돼 관련행사도 통합키로 했는데, 캐릭터협회가 독자추진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캐릭터협회는 “캐릭터 전시회는 우리가 먼저 시작했는데 애써 키운 민간행사를 죽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든 행사에 참여만 하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표본”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의 뿌리는 이른바 ‘뜨는 산업’을 놓고 문화부와 산자부가 벌여온 영역 다툼에 있다.
두 부처가 앞 다퉈 캐릭터육성 정책을 내놓고는 산하에 제각각 협회를 두는 바람에 업계까지 편가르기가 횡행했다.
업무조정 결과도 창작은 문화부, 산업화는 산자부가 맡는 다는 식으로 어정쩡하기만 하다. 이번 행사도 문화부는 산자부 반대를 무시하고 정부 주최를 고집했고, 산자부는 산하 협회를 적극 설득하기는커녕 구경꾼처럼 수수방관했다.
정부 부처간의 알력과 무신경이 모처럼 불고있는 국내 캐릭터 산업 열풍에 찬물만 끼얹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희정 문화부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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