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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재보선 현장/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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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재보선 현장/금천

입력
2002.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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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은 서울 남부지역에서 손꼽히는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큰 표차로 구청장을 한나라당에 내줬다. 25일 현장에서 접한 민심은 달라진 지역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대통령 아들 문제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한 주민들의 냉소와 반발이 매우 거셌다.독산 4동에서 부동산을 경영하는 김모(50)씨는 “그런 비리를 저질러 놓고 표를 달랄 수가 있느냐”면서 “한나라당 이우재(李佑宰)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씨는 “ 민주당 이목희(李穆熙) 후보가 경상도 출신이어서 호남출신이 많은 지역특성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기본표가 상당부분 살아있다는 것도 감지됐다. 독산 본동에서 만난 정모(주차장 운영ㆍ65)씨는 “나는 누가 뭐래도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목희 후보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주부 김모(32)씨는 “이목희가 누구냐, 여자냐”라고 물었다. 낮은 인지도가 이목희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최규엽(崔圭曄) 후보가 대학생 자원봉사단을 이끌고 시장, 거리 등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도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후보에겐 불리하다. 민주당이 기대를 걸고 있는 젊은 층과 노동자들의 표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투표율도 저조할 것 같다. 금천에서 만난 20~30대 13명 중 8명은 “투표하지 않겠다” “8월 초순에 휴가일정을 잡았다”면서 투표장에 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저조한 투표율 예상에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우재 후보 측도 긴장하고 있다. 이우재 후보측의 김덕수 보좌역은 “휴가가 절정기일 때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30%대에 머물며 조직선거가 될 것”이라며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걱정했다.

민주당 이목희 후보측은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기존 공조직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민주당 금천지구당 홍영표 사무처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이유는 민주당이 경선 후유증으로 분열됐기 때문”이라며 “노동운동을 한 이목희 후보는 달변이고 친화력이 뛰어나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독산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박모(52)씨는 “이우재 후보는 아들 병역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우재 후보는 15대 총선 당시 안기부 예산 2억원을 받아 썼다고 민주당 측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한 서울시의회 의장출신의 김기영(金箕英) 후보는 지역 터줏대감인 데다 60억원 대의 재력가여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도 경계하고 있다. 노동자,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특성상 민주노동당 최규엽, 사회당 김향미(金香美) 후보의 선전도 기대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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