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관련법안' 각계 반응▲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수의대 교수
국내ㆍ외적으로 인간 개체복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실제 시도될 개연성이 있는 상황에서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게 돼 환영한다. 치료용 인간배아 연구와 이종간 교잡 연구를 생명윤리위원회 결정사항으로 위임, 진취적 입장의 시안을 마련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국가 과학연구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의 보건권을 모두 보장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앞으로 생명과학계가 더 높은 도덕률을 마련해 국민이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생명윤리위 구성에 과기부가 관여하도록 한 것은 연구개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배려일 것이다.
▲박병상 생명안전윤리연대 모임 사무국장
배아복제나 이종간 교잡 연구 허용여부는 생명윤리위원회에서 검토할 사항이 아니다. 이러한 중대한 사안은 법으로 금지돼야 한다.
생명윤리위원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신뢰하기 어렵다. 낙태조차 쉽게 행해지는 등 생명윤리의식이 바닥에 떨어진 우리나라에서 위원회에 맡겨놓는다면 그런 연구를 허용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해 1년 넘게 과기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공정한 시안을 마련했는데 이를 뒤집는 것이다. 국가 과학정책이 일부 과학자의 이해에 따라 왜곡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환석(金煥錫)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소장ㆍ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시민단체 관점으로는 우려되는 점이 많다. 배아연구 허용범위를 생명윤리위원회 심의결정사항으로 넘겨 마치 금지도, 허용도 아닌 중간입장을 취한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나온 시안에서 복제배아 연구를 금지한 것과 비교해 보면 한 걸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진정으로 생명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법인지, 극단적으로 말해 허용하기 위한 눈가림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이러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시민ㆍ종교 단체는 생명윤리에 위협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 반대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생명윤리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해 객관성, 중립성을 유지할 것인지 우려된다.
▲정형민(鄭炯敏) 차병원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소장
미흡하지만 현재의 조정안이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돼 환영한다. 생명윤리 관련 법안이 조속히 입법화하길 바란다. 그래야 과학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법률적 문제가 해결되지않아 연구에 지장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질병 치료를 위한 배아복제 연구는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국가였던 싱가포르가 복제 문제를 가장 포괄적으로 허용했다. 연구허용범위를 다룰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외국 사례를 참고해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으면 좋겠다.
■'공'은 생명윤리위원회로/전문가·비전문가 고루참여…각계 대표성 확보가 관건
복제배아 연구와 이종간 교잡 연구를 허용하는 권한이 생명윤리위원회로 넘어감으로써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이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과학계와 시민ㆍ종교단체는 상반된 시각에서 “공정한 위원회 구성이 생명윤리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조정안은 생명윤리위원회의 구성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넘기되 과기부 장관과 협의토록 하고 공동간사로써 운영하도록 했다. 생명윤리와 연구개발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조정 법안의 토대가 될 복지부 법 시안에서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되 실질적 관리 감독은 각 연구ㆍ치료기관에 설치된 기관윤리위원회가 시술계획서를 검토, 동의토록 했다.
과기부 시안은 실효성을 감안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생명과학윤리ㆍ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15명 이내의 위원은 철학ㆍ윤리학ㆍ신학, 사회과학, 법학, 의학ㆍ보건학, 생명과학 분야 전문가가 1명 이상 포함되도록 했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생명윤리위원회 구성에서 각계의 대표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의 문제.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환석(金煥錫)소장은 “과학자와 비과학자의 구성비율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각 분야 대표들이 골고루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의 대통령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최소 3명의 일반시민을 포함토록 하는 것처럼 우리도 비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 일반시민의 윤리 상식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병상(박병상)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 사무국장은 “정부 부처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위원으로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도 “연구 당사자가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박세필(朴世泌)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은 과거 자신이 과기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명단에서 빠지게 된 경위를 예로 들며 “종교ㆍ시민단체의 압력에 의해 과학자의 의견이 위축될까 걱정” 이라고 밝혔다. 정형민(鄭炯敏)차병원 세포치료연구소장은 “윤리위원회가 일반인, 난치병과 희귀 질환자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hee@hk.co.kr
■생명윤리관련법안 추진과정
1997년 이후 논란만 거듭됐던 생명윤리 관련 법안이 5년 만에 법제화를 위한 문턱을 가까스로 넘어섰다. 과학기술부는 97년부터 99년까지 인간복제금지를 포함한 생명공학 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시민단체 등은 "생명공학을 육성하는 법은 생명윤리를 보장하는 틀로 적절치 못하다"고 반발했다. 결국 15대 국회가 해산되며 자동폐기됐다.
이후 생명공학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2000년 과기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법률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과기부는 산하에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두고, 각 분야 전문가 20명이 ‘생명윤리기본법(가칭)’ 시안을 마련했다. 이 시안은 잉여 냉동배아 연구는 허용했으나 복제배아 연구는 금지했다. 복지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주어 마련한 시안은 더욱 포괄적으로 배아연구를 금지했다. 때문에 과학계가 “21세기 핵심연구인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양 부처는 각각 시안을 보완, 7월에 ‘인간복제금지 및 줄기세포연구 등에 관한 법률(과기부)’ 시안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복지부)’ 시안을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
두 부처의 법안은 인간복제는 금지하되 복제배아 연구를 금지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25일 국무조정실은 이러한 쟁점사항을 새로 신설되는 생명윤리위원회가 결정하는 안으로 조정했다.
권대익기자dkwon@hk.co.kr
■외국의 사례/英·日 복제연구 허용…美, 민간연구 일부용인
생명윤리 관련 입법에서 인간복제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초점이 된 것은 1997년 복제양 ‘돌리’의 출생과 2000년 게놈프로젝트의 성공 이후이다.
1990년 영국의 ‘인간의 수정과 발생법’ 과 독일의 ‘배아보호법’ 등에서는 정자나 난자, 유전자처리 등이 주요 관심사항이었을 뿐 줄기세포의 효용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배아복제 연구의 허용범위가 가장 넓은 국가는 영국이다. 2001년 1월 ‘인간의 수정과 발생에 관한 법’을 개정해 조직과 기관의 분화가 시작되는 14일 이전의 초기배아에 한해 복제를 허용했다. 일본 역시 초기배아에 대한 연구는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인간 개체복제는 엄격하게 금지하며 일본의 경우 인간 개체복제를 시도할 경우 징역 10년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인간배아복제를 공식적으로는 금지하고 있으나 민간차원의 연구는 일부 허용하는 입장이다. 인간복제와 배아복제를 모두 금지하는 ‘인간복제금지법’이 2001년 7월 하원을 통과, 현재 상원에서 검토 중이다. 한편 미 정부는 2001년 8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험관 아기와 인공수정이 시작된 1990년대 초에 이미 배아복제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던 유럽에서도 최근 생명윤리법의 재ㆍ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체실험의 역사 때문에 인간배아 연구를 강력하게 금지하던 독일에서는 현재 외국에서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은경기자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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