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배모(33)씨는 요즘 토요일 아침이면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동호회 회원들과 흙길, 바윗길 등 전국의 오지를 누빈다.그는 “월요일 출근이 부담스러워 모임에 빠지는 일이 많았지만, 주5일 근무 이후 주말마다 참여하면서 고질적인 월요병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은행원 김모(27ㆍ여)씨는 지난 주말 그 동안 주저했던 장애아동 보호시설을 찾았다.
김씨는 “덤으로 얻은 시간 같아 나만을 위해 쓸 수 없었다”며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오히려 업무 스트레스가 풀린 것 같다”고 전했다.
은행권 토요 휴무 등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이색주말체험’을 즐기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오지여행, 패러 글라이딩, 암벽등반에서 자원봉사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자연으로, 오지로
우선 여행 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다. 일정에 쫓겨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 몇 장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에서 사람들의 때가 묻지 않은 오지 탐사와 야생 조류 탐사 등 모험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다.
100종의 꽃으로 만드는 백화주(百花酒) 제조 마을을 방문해 직접 술을 담그고 천연염색, 도자기 굽기를 직접 해보는 체험 여행에 참여하는 직장인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직접 잡은 조개와 물고기로 먹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2박3일 무인도 여행도 등장했다.
여행정보업체 티붐(www.tboom.com) 송선수(宋成壽) 부사장은 “주 5일제 이후 회원 수가 배 이상 늘었다”며 “대부분 가족 단위의 오지 및 모험여행 등 자신만의 여행을 원한다”고 말했다.
아예 보금자리를 자연에 마련하려는 직장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원주택 분양업체 그린홈넷(www.greenhome.net) 정훈록 대표는 “출퇴근 문제로 꺼리던 전원주택이 주 5일제 이후 최대 3박까지 가능해지면서 문의 전화와 내방객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공부하는 직장인들
학원 수강, 문화 강좌 등 직장인들 사이에 공부바람도 불고 있다. 은행원 신모(28)씨는 “어학, 세무사 등 자격증 공부 뿐 아니라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며 “주말이면 아예 학원과 도서관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이익훈어학원 김선숙(金善淑) 부원장은 “직장인의 주말반 수강이 배 가까이 늘어 주말 수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요미술강좌를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도 “대부분 미술전공 대학원생이나 주부들이었지만 최근엔 직장에 다니는 남성 수강자들이 30%나 된다”고 소개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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