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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이후 의사들 "개업" 이직·경영부실…/重病 앓는 중소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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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이후 의사들 "개업" 이직·경영부실…/重病 앓는 중소병원

입력
2002.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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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지역 중소병원의 정형외과 과장 A(42)씨는 요즘 개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이 병원에서 진료 가능한 과목은 불과 4개. 의약분업 이전에는 11개 과목에서 진료하던 상당수 의사들이 병원을 떠난 결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50여개 병상 중 120여개는 텅 비어있다.

정 과장은 “전문의가 없어 가끔은 다른 과목의 환자들을 진료할 때도 있다”며 “정형외과 과목도 시설부족으로 깁스 외 다른 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의료분쟁 속출, 신뢰추락

전체 의료체계의 ‘허리’로 꼽히는 중소병원(2차 의료기관ㆍ300병상 이하). 의약분업 이전 만 해도 동네의원과 대학ㆍ종합병원 사이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의 이탈, 경영난으로 부실화가 심화하면서 ‘겁나는 중소병원’으로 전락, 붕괴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중소병원의 의료분쟁은 이제 일상사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 A병원에서는 18개월된 최모군이 입원 4시간 30분만에 사망했다. 병원측은 폐출혈과 장출혈이 사망원인이라고 진단했지만 유족들은 “치료 과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

유족들은 “정확한 사인이야 부검을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기본적인 의료장비를 확보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담당 의사가 죽어가는 환자를 놓고 퇴근하는 등 병원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 병원측을 곤란한 지경으로 몰고 있다.

5월에는 서울 강북의 중소병원인 B병원에 입원해 있던 박모(56)씨가 갑자기 배가 부어 올라 대학병원으로 이송되다 숨졌다.

진단 결과 담낭암으로 밝혀졌는데, 병원에서는 담석증으로 진단받고 입원치료 중이었다. 당시 이 병원은 일반외과 전문의가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병원에 의사가 없어요’

병원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의료분쟁은 전문의들의 대규모 퇴직과 경영악화 등으로 예고된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말 부도처리된 서울의 C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운영을 중단, 응급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파행을 겪고 있다. 중진급 의사들도 대거 빠져 나가 ‘병원에 의사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체적으로 따져도 중소병원의 형편은 꼴이 아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3월 현재 중소병원 144곳의 전문의 1,525명중 34%인 519명이 개원 등을 이유로 퇴직했다.

환자에 대한 정밀ㆍ정확한 진료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4월 1일 현재 주요 10개과목의 폐과율이 16.6%에 이르고, 도산율도 15.6%에 달하고 있다.

건강연대의 조경애(曺慶愛)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큰 병원(종합ㆍ대학병원)과 작은병원(동네의원)만 남아 전체적인 의료체계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며 “주요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국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내실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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