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길들이기인가, 통상적 조사인가.’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6대 재벌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나서자 그 배경과 수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이번 조사가 공정위가 연초 밝힌 ‘상시 감시ㆍ선별 조사’원칙과 어긋나는데다, 연말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간 재계가 주5일근무제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매끄럽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통상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기업집단의 계열사간 부(富)의 부당한 이전을 통한 연대부실을 막고 경영 투명성을 감시하기 위한 재벌 규제의 대표적 수단. 특히 세무조사에 버금가는 강도 높고 광범위한 조사로 인해 기업들이 가장 기피하는 조사이다.
공정위는 과도한 조사에 대한 재계의 불만이 높아지자 연초 업무계획을 통해 ‘4대 재벌, 30대 재벌식’일률적인 조사를 지양하고 혐의가 드러난 기업에 한해 제한적인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2000년 4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 ‘자본금의 10%이상, 100억원 이상 내부거래시 공시 의무화’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기업공시를 통해 내부거래의 현황을 파악하고 기타 제보나 언론 보도에서 드러난 사실관계의 위법성 여부를 상시감시, 혐의가 드러난 기업집단에 한해 제한적으로 조사를 하겠다는 원칙에 따른 것.
이번 조사와 관련 공정위 조학국 사무처장은 “조사라는 용어는 부적절한 표현이며, 굳이 따지자면 ‘현황파악을 위한 자료수집’이 될 것”이라며 ‘배경설’을 일축했다. 즉 조사가 아닌 만큼 ‘혐의 기업에 대한 선별조사’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감시수단의 하나로 해당 계열사에 자료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형식상 과거 4대 기업집단 조사 관행, 즉 예비 서면조사-현장조사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 데다 조사 대상기업 역시 자본금 상위 3대 재벌과 범(凡)현대그룹이어서 기존의 재벌조사 방식과 다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공정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특정 그룹ㆍ계열사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나 제보는 없다”며 “하지만 자료를 검토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현장조사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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