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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헤드윅' - 여자가 되고 싶은데…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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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헤드윅' - 여자가 되고 싶은데…쉽지 않네

입력
200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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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파네스의 '양성신화'를 인용한 플라톤의 '향연'은 이렇게 설명한다."태초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그리고 남자이자 여자인 쌍 등 3개의 성이 존재했다. 인간이 교만에 빠지자 제우스는 이 쌍들을 둘로 쪼갰다.

그래서 인간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외로움을 달랜다." 남자이며 여자인 이들, 어떤 이들에게는 역겨움의 대상이지만, 그들은 그저 우주의 진리에 순응할 뿐이다.

영화 '헤드윅'의 영어 원제는 'Hedwig And The Angry Inch' 이다. '헤드윅(주인공의 성전환 후 이름이자, 가발을 상징)과 성난 1인치'라는 뜻.

여자가 되고 싶어 가발을 썼던 남자는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6인치 중 5인치가 잘려 나가고 1인치의 성기만 남았다. 헤드윅이 여자가 되는 길을 그렇게 순탄치 않았다.

동 베를린에서 태어난 소년 한셀. 청년이 되어 미군 병사와 사랑에 빠지자 여자가 되어 그와 결혼하기로 하고 이름도 헤드윅으로 바꾼다.

그러나 수술은 실패하고 미국에 온 그(녀)는 버림 받는다. 록 가수 지망생 토미와 사랑에 빠지지만 또 실연을 당한다.

99년 그래미상 뮤지컬 쇼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헤드윅'은 비슷한 소재의 '벨벳 골드마인'보다 훨씬 더 과격하다.

70년대 영국에서 시작한 '보여주는 록' 인 글램록의 탄생사와 동성애자의 내면을 교직한 '벨벳 골드마인'이 화려한 쇼에 충실했다면, '헤드윅'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희로애락에 더 충실하다. 그(녀)는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깨지고, 아파한다. 그리고 노래한다.

존 카메론 미첼(39). 조그만 여장남자 전용바에서 시작한 작은 뮤지컬이 오프 브로드웨이의 인기작으로,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로 옮겨진 것은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주연배우인 그의 천부적인 재능 때문이었다.

그는 영화에서 펑크록부터 팝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재치있는 스토리 구성과 만화 화면을 끼워 넣는 장르의 실험정신은 그보다 더 높이 살만하다.

한셀이 미군방송을 보며 미친 듯 춤을 추어대는 장면은 '포레스트 검프'에서 다리 교정기를 착용한 어린 검프의 엘비스 프레슬리 춤이나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리노 엘리어트가 침대에서 추는 춤 이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여기에 벌을 받는 한셀이 전자레인지에 머리를 집어 넣고 환상에 빠지다 성인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는 장면처럼 발상도 기발하다.

한셀이 양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당하는 장면, 태초에 존재한 3가지 성(性)을 만화로 표현한 부분도 성공적인 실험이다.

소재만으로 기겁할 사람도 많지만 일단 객석에 앉으면 노래, 춤, 이야기에 푹 빠져들만한 영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관객상 등 무려 20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3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영화 속에서 헤드윅이 결성한 밴드에는 한국인 '광희'가 등장한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VJ로 활동하는 이숙인씨로 몇몇 TV 시리즈물에서 연기자로도 활동해왔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기괴한지. 9일 개봉. 18세 이상.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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