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8ㆍ15 서울 행사’라는 대규모 민간 교류를 계기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남북은 24일 북측 100여명이 서해 직항공로를 이용해 다음달 14~17일 서울을 방문, 8ㆍ15 민족통일대회를 함께 갖기로 합의했다. 북측 인사의 대규모 방문은 2000년8월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서울 공연 후 2년 만이다.북측이 남한 방문에 응한 것은 지난해 8ㆍ15 평양 행사에 남측 인사들이 방문한 것에 대한 ‘상호주의적’성격이지만, 민간교류를 통해 서해교전의 앙금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인 측면도 있다.
2002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 관계자는 “20~23일 평양 실무접촉에서 서해교전이 야기한 남측의 부정적 대북 인식을 충분히 전했고, 북측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양측은 어떻게 해서든 더 이상 관계를 악화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민간단체의 의지대로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특히 관건은 지난해 평양 행사에서 발생했던 만경대 방명록 파문을 기억하고 서해교전에 대한 북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남한 내 여론 동향이다.
자칫 행사 개최를 둘러싼 논란이 대선정국에 들어선 정치권의 색깔 논쟁으로 비화, 남남갈등으로 확대재생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이 경색국면에서 합의를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국민정서를 고려하고 향후 남북관계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민간단체들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한 듯 이번 8ㆍ15 행사에서는 가능한 한 정치성을 배제하고 예술공연, 고궁 탐방 등 문화행사에 주력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준기자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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