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시행하고 있는 배급제 폐지와 인센티브제 확대, 가격ㆍ임금의 대폭 인상 및 현실화 등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는 20여 년 전 중국이 취했던 개혁ㆍ개방 조치의 뒤를 그대로 밟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부 인사, 민간단체 회원 등도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중국의 조치와 성과 등을 면밀히 연구해 원용했다고 인정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북한 관측통들은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가 현 체제유지를 전제로 한 현실인정 차원의 궁여지책 성격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센티브제 등 경제개혁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되는 시장 요소 도입은 중국식 개혁개방 체제로 나가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 경제개혁에 대해 “나진 선봉 경제특구 개혁 실험을 토대로 중국의 개혁개방 성공을 거울 삼아 소위 김정일 식으로 통이 크고 과감하게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79년 ‘대외 경제활동 실행 특수정책’을 통해 선전, 주하이(珠海), 선뚜우(汕頭), 시하먼(廈門) 등 4개 경제 특구를 설치했는데 이것을 모방한 것이 북한의 나진ㆍ선봉 경제 특구다. 중국은 또 공업 분야에서 유전으로 유명한 따징(大慶)을 따라 배우자는 운동을 전개했는데 최근 북한은 “공업지대인 나남을 배우자”고 강조하고 있다.
농업도 중국이 따이자이(大塞)를 모델로 세웠다면 북한은 최근 자강도에서 감자 농사의 혁명을 이룬 대흥단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이 선군 정치를 내세워 군을 우대한다면 중국도 이전 인민 해방군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국민들이 추종토록 했다. 인센티브제의 경우 중국은 1978년 12월 승포제로 국민들의 생산 의욕을 고조시켰다.
한편 북한은 현재 1달러에 2.2원인 북한 환율을 조만간 200여원으로 현실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중국이 1993년 12월 결정해 1994년 1월 1일부터 시행한 금융개혁 조치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은 이 조치로 이중 환율제를 폐지했다.
북한이 중국식 경제개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월 상하이(上海)를 방문해 “상하이의 천지 개벽은 중국 공산당이 추진한 개혁ㆍ개방 정책이 정확함을 충분히 증명해 준다”고 찬양한 데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사전 이론개발, 홍보, 정치세력 간 논쟁을 거치지 않고 개혁을 실시하고 개혁의 세부 방침을 공표하지 않아 적잖은 혼란에 빠져 있다고 관측통들은 전하고 있다. 만성적인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활로를 찾을지는 의문이나 개혁ㆍ개방 추진 방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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