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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50)곰브로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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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50)곰브로비치

입력
200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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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25일 ‘폴란드의 카프카’로 불리는 소설가 겸 극작가 비톨드 곰브로비치가 남프랑스의 방스에서 작고했다. 향년 64세. 곰브로비치는 자신의 작품 안에 부조리극이나 실존주의 철학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음습하고 기괴한 세계를 구축했다. 30대 이후 주로 외국에서 살았지만, 20세기 폴란드 산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곰브로비치의 부모는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계 폴란드인이었다. 아버지는 부유한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지주 집안 출신이었다. 곰브로비치는 이런 유복한 환경 덕분에 가정교사를 두고 바르샤바의 귀족적 가톨릭 학교에 다녔다.

폴란드의 부유하고 재능있는 유대계 학생들이 흔히 그랬듯, 그도 바르샤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곰브로비치는 법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파리로 가 국제 고등연구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이 끊기자 마지 못해 바르샤바로 돌아와 변호사 훈련을 받으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창작집 ‘미성숙기의 일기’(1933)가 혹평을 받은 이래 곰브로비치의 비평적 운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은 장편 ‘코스모스’(1965)를 낸 만년에 이르러서다. 뒷날 수전 손택이 ‘20세기에 나온 가장 중요한 책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 장편 ‘페르디두르케’(1937)도 발간 당시에는 평론가들에게 홀대 받았다.

‘페르디두르케’는 30세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15세 소년으로 변한 뒤 겪게 되는 기괴한 체험담이다. 곰브로비치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에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그 곳에서 24년을 살았다. 그는 1963년 대서양을 다시 건너와 베를린에 한 해 머물다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조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프랑스에 정착해 여생을 마쳤다.

고종석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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