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규제로 기업 스캔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국 자본주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엔론, 월드컴, 타이코는 ‘기본적으로 건전한 시스템’에서는 비정상이 아니다.스캔들은 자본주의의 풍토병과 같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고, 개인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화를 피해가는 것이다.
22일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다 235 포인트 하락한 것과 같은 시장의 동요는 투자자들이 아직도 기업 회계를 믿지 못한다는 증거다.
이는 동시에 시장이 스캔들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 지 우려하는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우연히 찾아온 게 아니다. 경기 호황이 말기에 들어서면 좋은 시절을 조금만 더 이어가라는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기업들은 목표치를 달성하려고 한다. 다시말해 월가의 분석가들이 예견해 놓은 수치에 수입과 이익을 맞춰야 한다. 이런 지상명령과도 같은 분위기가 조직의 정상에서 밑바닥까지 휩쓸게 된다.
판매책임자는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고당할 수 있다. 그래서 잘리지 않으려고 장부 수치를 조정한다. 한번 수정을 시작한 수치의 폭은 점점 커져간다.
나중에는 아무도 그 수치를 꼼꼼히 들여다보려하지 않는다. 좋은 시절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되기 싫은 것이다.
모든 기업들, 혹은 산업전체가 스스로에게 호황이 곧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암시를 건다. 그리고 침체가 와도 일시적인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사실은 호황기가 오면 수치를 바꾼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 분기에 늘어날 수입과 이익의 날짜를 뒤로 돌리기만 잘못된 수치가 진짜가 되기 때문이다.
회계직에 적용되는 규칙을 바꾸면 이런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그들이 변화를 바랄 때 즈음이면 이미 때가 늦기 때문이다.
하나의 스캔들이 터진 후에 적용되는 새로운 법률과 규칙들은 다음 스캔들을 막는데 거의 쓸모가 없다. 재정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1980년대 저축과 대출 분야에서 사기를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제정된 규제법들은 오늘날 회계기업의 구조적인 사기 방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스캔들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선의 해결책은 모든 소액 투자자들에게 게임 자체가 사기극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아무리 정보에 밝은 개인투자자도 월가의 메이저 기관투자자와 같은 수준의 게임을 할 수 없다. 경제전문 케이블TV를 열심히 봐도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시시각각 보고받는 기관을 당해내지 못한다.
같은 수준에서 게임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메이저 투자자들은 늘 대화를 나눈다. 그들이 듣는 정보 가운데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투자은행가 허버트 앨런이 매년 여름 언론계 거물들과 아이다호에서 모임을 같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물론 이런 모임은 불법이 아니다.
그들은 드러내놓고 주가를 올리려 하지도 않고, 시스템이 공정하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가 기업경영자, 은행가, 애널리스트들을 처벌할 수 없고, 또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건전한 시스템’이란 사실 규칙을 어긴 자들은 벌하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들이 빠르게 취해지는 시스템을 말한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소액 투자자들에게 공평한 성공확률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규제안을 만들면 앞으로의 재정 스캔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보다 더 나쁜 것이다.
그것은 기만이다. 어떤 규제도 시장의 공정함과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를 시스템의 마지막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과 같다.
/레스터 서로우/ 미 MIT대 경제학과 교수
NYT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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