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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 먹고 우리땅끝 찾아볼까

입력
200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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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아니다. 우리 국토 안이다. 혹은 정신적인 우리의 영토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웬만한 외국보다 멀다.크게 용기를 내야 갈 수 있는 곳. 대부분 이 땅의 끝자락이다. 휴가 일정이 비교적 넉넉하다면 한번 도전해보자.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미도 크다. 마음을 풍선만큼 키우고 휴가에서 돌아올 수 있다.

■ 백령도

최근의 서해교전으로 마치 전쟁터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섬은 지극히 평화스럽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맑다. 높고 푸른 하늘과 유리처럼 투명한 바다, 구김살을 찾아볼 수 없는 주민들의 밝은 얼굴…. ‘청정(淸淨)’이란 말을 실감한다.

면적 45.84㎢로 서울 여의도의 다섯 배가 조금 넘는 이 섬의 해안선은 온갖 절경과 기이한 풍광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제1경은 북서쪽의 두무진(頭武津). 용맹스런 장수들이 진중회의라도 하듯 거대한 바위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있는 곳이다.

제2의 해금강 또는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린다.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는 짧은 여정이지만 모두 말을 잊는다. 가끔 물표범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꼭 들려야 할 곳은 콩돌해안. 파도에 씻긴 오색의 콩자갈이 수㎞의 해안을 덮고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낸 듯 자갈의 크기가 거의 일정하다는데 우선 감탄한다. 자갈을 한 움큼 쥐고 달려드는 파도를 향해 던져보자. 자갈이 물에 빠지는 소리는 지상의 음운기호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다.

사곶해안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으로 개방되는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이 단단하다. 모래가 아닌 미세한 규조토인데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이다. 저녁 때면 주민들이 그물을 당겨 고기를 잡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 마라도

여름 피서기간에 가장 한산한 곳을 꼽으라면? 믿기 힘들겠지만 제주도이다. 항공과 선박 등 운송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도 마라도는 더욱 그렇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배가 뜨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라도의 장기 여행은 ‘며칠 더 갇혀있을 수도 있다’는 각오와 동행해야 한다.

마라도는 둘레 4.2㎞, 면적 9만여 평의 섬. 현재 31 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원래 사람의 접근이 금지된 금도(禁島)였다. 가장 큰 이유는 파도. 이 곳의 바다는 제주에서도 물길이 가장 험한 곳이다.

1883년부터 사람이 살았다. 대정골의 김성오라는 사람이 노름으로 알거지가 되자 친척들이 고을 원님에게 마라도 개경(開耕)을 건의했고 모슬포의 라씨, 김씨, 이씨 등이 함께 나섰다고 한다.

마라도 여행은 머무는 여행, 쉬는 여행이다. 섬 전체를 도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고 그 다음에는 달리 구경할 것이 없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여행법의 전부이다. 낚시를 좋아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마라도의 으뜸 명물은 짜장면. 표기법상으로는 자장면이 옳지만 ‘마라도 짜장면’으로 특허를 받았다. 소라, 조개, 오징어 등 15가지 이상의 해산물과 감자, 양파, 당근, 콩 등 30여 가지의 야채가 들어간다. 장을 만드는 육수는 생선뼈와 해초를 우려서 낸다. 한마디로 맛있다.

마라도행 뱃길은 모두 두 가지. 모슬포항에서 도항선인 삼영호(064-794-3500ㆍ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출발)를 타거나 송악산 선착장에서 유람선인유양호(794-6661ㆍ오전 9시 30분부터 매일 7차례 왕복)를 이용한다. 물론 성수기에는 배가 수시로 운항한다. 제주전문 여행사인 대장정여행사(02-3481-4242) 등에 문의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울릉도

울릉도 여행은 신비한 체험이다. 깎아지른 돌비탈에 어떻게 사람이 살게 됐을까? 온통 절벽과 파도로 둘러싸인 섬에 도착할 때부터 여행객의 마음에는 이국의 정취와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험한 지형 덕분에 울릉도의 자연은 사람의 손을 덜 탄 채 아직 원시의 모습으로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기암과 절경이 펼쳐지고, 산으로 들면 길 바깥으로 한걸음 내딛기 힘들 정도의 원시림이다.

울릉도를 만끽하는 여행코스는 크게 3가지.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섬 일주, 유람선을 이용한 해안 일주, 성인봉 등반 등이다. 깔끔하게 일정을 짠다면 2박3일이면 충분하다.

해안도로 일주는 울릉도의 바닷가 절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코스. 한바퀴 도는 데 택시나 렌터카로 6~8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으면 중간에 1박을 해야 한다. 태하의 절벽바위인 대풍감을 반드시 찾아야 후회가 없다.

도동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편안하게 섬을 한바퀴 도는 유람선 일주는 울릉도의 진짜 절경인 해안절벽과 크고 작은 섬들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 울릉도 제1경이라는 공암(孔岩·일명 코끼리바위)을 비롯해 만물상, 관음굴등을 볼 수 있다. 과자 한봉지를 꼭 준비하도록. 갈매기가 유람선을 끝까지 따라온다. 과자를 던져주면 직선타구를 잡아내는 야수처럼 나꿔챈다. 아이들이 환호한다.

성인봉 등반은 등산 마니아에게 유혹적인 산. 983㎙로 1,000m가 채 안되지만 얕잡아보면 큰 코 다친다. 거의 해발부터 시작하는데다 화산봉우리의 가파른 고개는 숨을 턱턱 막는다. 도동과 나리분지 두 곳에서 오를 수 있지만 섬내 유일한 벌판인 나리분지를 거치는 것이 낫다. 정상에 서면 사위가 온통 바다이다. 탄성이 터진다. 승우여행사(02-720-8311) 등이 휴가철 울릉도 상품을 마련했다.

■ 백두산 서파능선

물론 지금은 우리 땅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리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녘 땅으로 백두산을 오르는 것은 아직 하늘이 기회를 주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쪽으로는 오래 전부터 가능했다.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북파능선. 장백폭포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별로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다. 최근에는 서파능선이 새로운 천지 감상 포인트로 떠올랐다. 장백폭포는 없지만 금강 대협곡과 고산 언덕을 온통 뒤덮은 야생화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북파능선과 마찬가지로 옌지(延吉)시에서 출발한다. 약 7시간 포장 반 비포장 반의 힘겨운 버스여행이다.

입장권부터 예사롭지 않다. ‘국가 AAAA급 풍경구’라고 쓰여있다. 거목이 이어지는 원시림, 이깔나무숲 등을 한참 들어가면 서서히 나무가 벗겨진 초지가 나타난다. 해발 2,000㎙를 전후해 그 위로는 바람과 냉기 때문에 나무가 살 수 없다. 대신 바닥에 바짝 엎드린 풀만이 산다. 조금 허전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모두가 꽃풀이다. 크고 작은 온갖 색깔의 꽃이 지금 한창이다.

버스에서 내려 초지를 가르며 난 계단을 타고 약 30분 정도를 걸어야 한다. 천지를 보는 것은 운에 맡겨야 한다. 멍든 듯 푸른 빛을 품은 천지, 멀리 장군봉, 청석봉, 백운봉, 천문봉 등 천지를 호위하는 16연봉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하찮은 인간의 존재를 느낀다.

하산길에 금강대협곡을 들른다. 길이 12㎞, 폭 100~200㎙, 깊이 70㎙로 미국의 그랜드 캐년을 연상시키는 V자 형태의 협곡이다.

영원히 묻혀있을뻔 했다. 4년 전 산불을 진화하다가 발견했다. 포효하는 백두호랑이의 깊은 입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등산, 트레킹모임인 아웃도어세븐(02-2285-5322)에서 매주 수요일 백두산 서파능선으로 출발한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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