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록 실탄 부족으로 시장 장악력이 많이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외국인의 현ㆍ선물 매매동향에 따라 급등락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더욱이 뉴욕증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강세 반전한 것과 관련, 미국의 주요 뮤추얼펀드가 고객의 환매요구로 해외증시에서 손을 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시장의 변동성 키우는 외국인 매매
외국인은 24일 거래소에서 1,239억원을 순매도, 7일째 매도우위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는 4,800억원에 달하며, 갈수록 매도 규모가 커지는 모습이다.
반면 선물시장에선 일관성있는 매매패턴을 보이지 않고 있다. 23일 6,500계약 이상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 8,934계약을 순매도, 2,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함으로써 낙폭을 더욱 키웠다.
외국인의 매도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교보증권 박석현 책임연구원은 “환차익 실현이나 펀드 환매 차원이라기 보다는 미국 증시 불안에 따라 일단 현금확보 비중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쨌든 외국인의 매매추이에 따라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동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이 현물을 매수하지 않는 대신 프로그램 매매에 치중하다 보니 외국인의 선물매매에 따라 장이 요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뉴욕증시의 불안이 여전한 데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일관성 없는 매매행태를 보여 갈수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 뉴욕증시 안정이 관건
동반 하락하던 달러화가 반등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시장의 변수. 미국의 주요언론은 23일(현지시간) 미 증시 급락으로 고객의 환매 압력에 직면한 미국 뮤추얼펀드가 아시아시장의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달러화 급락세가 진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럴 경우 단기적으론 환차익의 매력을 상실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갈 위험성이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교보증권 박석현 책임연구원은 “엔ㆍ달러 환율이 지금처럼 115엔대에서 저지돼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완화된다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로선 뉴욕증시가 안정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투신증권 김동우 연구원은 “외국인이 저평가된 국내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있다”면서 “다만 뉴욕증시의 폭락에 따른 고객의 펀드 환매 요구로 당분간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이어질 개연성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선 작은 재료에도 시장 참여자들이 과민반응하기 마련”이라며 “기관이나 개인투자자 모두 몸을 사리는 상황인 만큼 결국 외국인의 매수 전환시점이 장세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