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지금은 우리 땅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리워하는 곳이기도 하다.마음 속의 우리 산, 백두산이다. 백두산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알려진 것만 3가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장백폭포를 볼 수 있는 북파능선.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백두산 천지 사진의 대부분은 이 곳 북파능선을 타고 올라 찍은 것이다.
둘째는 남쪽능선. 북녘 땅으로 오르는 코스이다. 북녘 땅으로 백두산을 오르는 것은 아직 하늘이 기회를 주어야만 가능하다.
최근에는 서파능선이 새로운 천지 감상 포인트로 떠올랐다. 장백폭포는 없지만 금강 대협곡과 고산 언덕을 온통 뒤덮은 야생화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서파능선을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
북파능선과 마찬가지로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서 출발한다. 북파능선이 버스로 약 5시간 정도 걸리는데 반해 서파능선은 7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조금 힘겹다. 북한과의 국경을 타고 난 좁은 도로를 달린다. 포장 반 비포장 반.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의 운전수들은 거의 시속 50~60㎞의 속도로 달린다.
버스의 대부분은 일제. 믿는 구석이 있는지 차가 아무리 덜컹거려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앞에 차가 나타나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교행한다. 힘겨우면서도 아슬아슬함을 느끼는 버스 여행이다.
백두산의 위용이 눈에 들어오면서 힘겨운 버스 여행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호랑이가 누운 듯한 모습의 산록이 숨을 멈추게 한다.
약 1시간 정도를 남기고 매표소가 있다. 입장권부터 예사롭지 않다. ‘국가 A급 풍경구’라고 쓰여있다.
중국이 백두산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백두산의 중국 이름이 장백산이라 생각한다. 잘못이다.
장백산은 백두산을 포함해 만주 일대에 이어지는 거대한 산록을 뜻하는 말이다. 백두산은 장백산 중 천지를 둘러싼 16개의 봉우리만을 뜻한다.
매표소를 지나 차는 대관령 옛길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간다. 거목이 이어지는 원시림, 낙엽송숲 등을 한참 들어가면 서서히 나무가 벗겨진 초지가 나타난다.
해발 2,000m를 전후해 그 위로는 바람과 냉기 때문에 나무가 살 수 없다. 대신 바닥에 바짝 엎드린 풀만이 산다.
조금 허전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모두가 꽃풀이다. 크고 작은 온갖 색깔의 꽃이 지금 한창이다.
버스는 천지를 볼 수 있는 칠석봉 근처까지 올라간다. 버스 약 20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위로 푸른 초지를 가르며 계단이 나있다. 약 30분 정도를 걸어야 한다. 천지를 보는 것은 운에 맡겨야 한다.
언제나 구름에 잠겨있다가 갑자기 앞이 걷히기도 한다. “방문객의 약 30% 정도만 천지를 구경하고 간다”고 천지에 진을 치고 있는 조선족 사진사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30%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풍광을 본다.
멍든 듯 푸른 빛을 품은 천지, 멀리 장군봉, 백운봉, 천문봉 등 천지를 호위하는 16연봉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의 존재가 정말 하찮다는 것을 느낀다.
하산길에 금강대협곡에 들른다. 길이 12㎞, 폭 100~200m, 깊이 70m로 미국의 그랜드 캐년을 연상시키는 V자 형태의 협곡이다.
영원히 묻혀 있을 뻔 했다. 4년 전 산불을 진화하다가 발견했다. 백두산의 산록이 그처럼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효하는 백두호랑이의 깊은 입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아니 우리 땅에 이런 곳이.’ 잠시 착각을 해본다.
백두산=글ㆍ사진 권오현 기자koh@hk.co.kr
■백두산 배타고도 가요-평택서 크루즈 이용…서해일출 장관
‘서해 일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말이다.
해가 동쪽에서 뜨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동해일출’이 친숙하다. 그런데 서해 일출을 볼 수 있다. 백두산 가는 길이다.
예전에는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요즘에는 배를 타고 간다. 그래서 ‘희귀한’ 서해에서의 일출을 경험할 수 있다.
일반적인 배가 아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루즈이다. 숙소와 음식이 모두 특급호텔급이다.
세계 3대 크루즈사의 하나인 스타크루즈 한국본부에서는 평택과 다롄, 평택과 칭다오(靑島) 주 3회 왕복 운항하던 일정을 여름 시즌인 8월 4일부터 평택-다롄-칭다오-평택을 잊는 3박4일, 4박5일 한ㆍ중 크루즈 상품을 판매한다.
특히 목요일 오후에 출발하는 크루즈 3박 4일은 주 5일근무 직장인에게 많은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크루즈와 항공을 이용한 백두산, 베이징(北京) 6박 7일 상품과 백두산 4박 5일 상품도 출시했다.
오리요리 식사와 베이징에서의 케이블카 탑승, 서커스 관람 등이 포함되어있고 옌볜의 북한식당에서 식사와 북한종업원의 공연도 관람하게 되며, 백두산 입구 한민족 민속촌인 풍정원에서 숙박하며 조선족 민속 공연도 관람하게 된다.
백두산 등정 시 산문입구에서 지프차를 이용, 천지 바로 아래까지 올라간다.
돌아오는 길에 청산리전투 격전지, 용정, 도문 등 백두산 인근의 여행지를 두루 돌아본다. 문의 서울(02)752-8998, 부산ㆍ경남(051)462-6661
■주변 관광지-윤동주 기념관·北접경 도문대교…
옌지 인근의 용정과 도문이 기본적으로 돌아 봐야 할 관광코스이다.
용정에는 시인 윤동주가 다닌 대성중학교가 있다. 중국 측에서 아예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학교 전체를 ‘관광지구’로 정해놓았다.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있고, 옛 학교 건물을 시인의 기념관으로 꾸며 놓았다. 한국말을 썩 잘하는 조선족이 기념관 안내를 한다.
용정시는 만주벌판 중에서도 가장 넓은 벌판에 자리잡은 곳. ‘광활하다’는 느낌 이외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평원에 벼와 콩이 자라고 있다. 가곡 ‘선구자’ 노랫말에 나오는 일송정, 해란강도 볼 수 있다.
도문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남양시와 마주하고 있는 국경도시. 강 건너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다.
도문대교가 강을 가로질러 나 있다. 입장료(약 5,000원)를 내면 다리 중간의 노란색 국경선이 그어져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다.
이도백하에서 용정으로 가는 산길 중간지점에 청산리전투 현장이 있다. 이 곳은 지금은 북한의 외화벌이 전진기지. 묘향산전시관이 옛 학교 건물에 들어있다.
북한 만경상사가 직영하는 이 전시관은 자수제품, 담배, 우표, 약재 등을 판매한다.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석암약재국에서 만든 안궁우황청심환. 한 갑에 200달러이다.
고 김일성 주석 생전에는 대외반출이 금지되었던 품목이라고 한다. 관광객을 방에 따로 모아 상품구매를 유도한다.
소형 태극기와 인공기를 탁자 위 작은 깃대에 나란히 걸어두는 등 상품판매에 적극적이다.
옌지시 중심가의 해당화식당은 꼭 들러 봐야 할 곳. 북한과 중국이 함께 투자한 식당이다. 평양온반, 냉면 등 북한의 별미를 낸다.
북한에서 파견돼 나온 여종업원들이 음식시중을 하는 틈틈이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는 등 즉석공연을 한다. 남과 북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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