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전, 오랫동안 사용해오던 드라이버의 페이스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구입했던 곳에 물어보니 네 겹으로 만들어진 페이스의 가장 바깥쪽 판이 찢어진 것으로 제품의 하자라기 보다는 너무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하는 수 없이 드라이버를 교체했다.별다른 고민없이 예전의 것과 같은 종류의 드라이버를 구했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헤드크기가 이미 400CC를 넘어서는 드라이버가 나와 있는데도 280CC의 한물간 드라이버를 사용하자니 왠지 잘못 샀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다 같은 종류라고는 하지만 전에 사용하던 것보다도 비거리도 덜 나가고 타구감마저 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던 차에 아는 사람의 소개로 시타용 드라이버를 하나 빌리게 됐다. 그것은 헤드크기가 360CC였다. 맞히기만 하면 볼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특히 방향성이 뛰어났고 다루기도 훨씬 편했다. 하지만 평상시 사용하던 드라이버보다 타구감이 좋지 않았다. 비거리도 불만이었다. 그래도 얼마동안 사용해 보니 상당히 편해졌다.
그러나 사용하던 채를 내던지고 제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구입할만큼 좋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차일피일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가 내 것도 아닌데 너무 정이 드는 것이 두려워 한번은 짐짓 예전의 드라이버를 챙겨 골프장에 나갔다.
그런데 어찌나 낯설게 느껴지는지 깜짝 놀랐다. 결국 옛 것을 사용하자니 새 것만 못한 것 같고 새로운 것을 사용하자니 옛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 고민에 빠졌다. 요즘은 또 다른 제조사의 시타용 드라이버를 구해 휘둘러보고 있다.
문득 몇 해 전 일본의 어느 월간 골프잡지에서 읽었던 기사가 떠올랐다. 점보 오자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프로골퍼다. 당시 브리지스톤사의 스폰서를 받고 있던 오자키는 드라이버도 함께 제공받고 있었다.
시즌이 끝나고 드라이버를 교체할 때면 브리지스톤사는 그에게 80여개의 드라이버를 공급해 준다고 했다. 오자키는 그것들을 모두 시타해 본 다음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드라이버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했을까?
골프채를 제조하는 어느 사장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단조품은 말할 나위가 없고 주조품이라 할지라도 마무리 작업은 수공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작업자의 능력에 따라 제품의 균일성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클럽헤드의 연마작업과정에서 서로 다른 제품이 생산될 개연성이 높다.
때문에 로프트와 샤프트의 강도 및 스윙웨이트까지도 똑같은, 외관상으로 보아서는 전혀 동일한 클럽이라 하더라도 실제 사용해 보면 꼭 같은 클럽이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사장님께서는 골프채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시타를 해보라고 권했다.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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