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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과 책] 저널룩 '일물과 사상' 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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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과 책] 저널룩 '일물과 사상' 23호

입력
2002.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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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룩 ‘인물과 사상’(개마고원 발행) 23호를 읽었다.저널룩 ‘인물과 사상’은 ‘월간 인물과 사상’(인물과사상사 발행)처럼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씨가 주관하는 매체다.

‘저널룩’이라는 말은 ‘저널리즘’과 ‘북(book)’을 합성해 강준만씨가 만든 말이라고 한다.

저널룩은 다양한 쟁점을 다루는 부정기 간행물이라는 점에서 무크와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 1인 저작물이라는 점에서 무크와 다르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얘기다.

23호의 부제는 ‘김대중 신드롬’이다. 이 말 역시 강준만씨의 조어다.

김대중 신드롬이란, 그 명명자의 정의에 따르면, “자신이 외부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하는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이 권력을 잡은 뒤엔 일종의 특권의식과 더불어 독선과 오만에 빠져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게 되는 병리적 현상”이다. 연이은 부패 추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대중 정부 말기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든 말인 듯하다.

오랜만에 칼럼니스트 유시민씨와 진중권씨가 객원 필자로 참가했다. 유시민씨는 ‘칼럼니스트여,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면을 벗자’라는 글에서 자신의 노무현 지지를 다시 확인하며 칼럼니스트 일반의 위장된 중립을 질타한다.

유시민씨에 따르면 칼럼니스트가 반드시 정치적 중립을 지킬 필요는 없다. 더 나아가 정치적 중립은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칼럼니스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중립이냐 여부가 아니라 어떤 칼럼니스트가 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태도를 형성하고 표명하게 되었느냐는 문제다.

유시민씨는 또 “우리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대단히 공정하다”는 딴지일보의 입장 천명에 공감을 표하며, 중요한 것은 중립성이 아니라 공정성이라고 말한다. 기자도 유시민씨의 견해에 동의한다.

진중권씨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씨를 인터뷰했다.

진중권씨는 지난 지방선거 운동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이문옥씨의 사이버 대변인을 맡아 민주당 지지자들과 다소 격렬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이른바 노풍(盧風)이 몰아치던 지난 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인 노무현씨는 지방선거 평가와 대선 전략에서부터 조선일보와의 불화와 ‘히딩크 현상’에 이르기까지 진중권씨의 꼼꼼한 질문에 차분히 답변한다.

노풍이 한창일 때 적어도 겉으로는 거만하지 않았듯, 그 바람이 잦아든 지금 적어도 겉으로는 낙망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익숙해진 노무현씨의 논리성과 솔직함은 진중권씨와의 인터뷰에서도 역연하다. 정치 지도자가 반드시 이지적이거나 솔직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물과 사상’에 실린 노무현씨의 인터뷰 텍스트는 그가 한국 정치권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지적이고 솔직한 인물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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