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약자의 생존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약자의 생존법

입력
2002.07.24 00:00
0 0

둘째는 흔히 성격이 좋다고 말한다.부모가 장남만을 떠받드는 전통적 가족구조 속에서 둘째는 부모와 주변의 관심 끌려고 하다 보니 남들로부터 사랑 받는 성격이 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서 열등한 수많은 종(種)들이 멸종하지 않고 번성할 수 있는 비결도 생존을 위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피눈물 나는 생존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화론은 설명한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통상 관련 파문들을 보면서 우리가 약자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국내 약값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미국의 압력은 보사부장관이 신분의 위협을 느낄 만큼 막강했다.

중국에는 밀려드는 저가의 수입마늘을 막아보려다, 고가의 휴대폰 수출 금지라는 보복조치에 힘없이 무릎을 꿇어야 했고, 러시아에는 14억달러나 되는 경협차관을 주고도 상환을 애걸해야 하는 서글픈 처지이다.

이렇게 정치ㆍ경제적 대국과 맞부딪쳐 힘겨운 싸움을 벌어야 하는 취약한 입지 때문에 우리에게는 남다른 통상외교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문민정부 당시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상에서 한ㆍ일어업협상(1999년), 한ㆍ중 마늘협상(2000년), 한ㆍ러어업협상(2001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의 주요 통상협상에서 우리는 번번이 참패했다. 협상의 끝은 항상 파동이었고,책임자의 문책경질로 이어졌다.

좁게 보면 통상외교 시스템의 부실이 문제다. 부처의 이기주의에다 정부 차원의 조율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번 마늘협상처럼 주무부서 장관이 협상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부처간에, 부처와 청와대간에 책임을 미루는 한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잦은 인사교체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료들은 한ㆍ일어업협상에서 피해 어선 종류와 고기잡이철 조차 모른채 협상에 임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

실패한 협상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선심정책을 초래, 사태해결을 더 꼬이게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실패한 통상외교가 관료책임만은 아니다. 표만 의식한 정치권의 막무가내식 압력, 실리보다 명분에만 매달리는 여론의 질책이 협상의 발목을 잡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은 정치권이 벌이고, 애궂은 관료만 돌팔매를 맞곤 했다.

통상외교는 이처럼 엇갈리는 이익집단간, 정부 부처간 이해를 조정하고, 국민적 이해를 구해야 하기에 더욱 힘들다.

그런 어려운 길을 피하기 위해 협상결과를 비밀에 부쳐 적당히 넘어가려는 안이한 대응이 바로 이번 마늘협상 파문의 원인이다.

은폐는 무능보다 더 무서운 범죄행위다. 날로 가속화하는 글로벌경쟁체제에서 통상외교는 국가경쟁력의 핵이 되고 있다.

향후 우리의 농업과 서비스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이 곧 시작됐지만 정부내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우리의 통상외교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

배정근 경제부장jkpae@hk.co.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