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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하늘·초원 맞닿아 牧歌들리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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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하늘·초원 맞닿아 牧歌들리는듯

입력
2002.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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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트레킹’으로만 알려졌던 선자령. 그러나 여름철에는 눈꽃 못지않은 보배가 숨어 있다.이름도 희한한 갖가지 야생화와 목장, 동해바다, 그리고 드넓은 초원까지. 강원도가 지닌 모든 관광자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다.선자령은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있다. ‘길’의 뚜렷한 명멸이 인생무상마저 느끼게 하는 대관령 북쪽휴게소에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까지의 거리는 4.9㎞. 한때 관광인파로 차댈 곳마저 없었지만, 영동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터널이 뚫려 이제는 고적하다 못해 까마귀까지 날아다닌다. 최소한의 편의시설로 간이화장실 몇 칸만 남아 있다.

휴게소 위측에서부터 대관령 기상대와 임업관리소 사이로 난 길을 20~30분 정도 걸어 올라간다.

시멘트로 포장되었지만 오래된 길이라 곳곳에 지그재그로 금이 가 있다. 그 틈새에서마저 풀더미가 생명력을 내뿜는다.

길섶에는 벌써부터 갖가지 야생화가 소박하고 함초롬한 자태를 뽐낸다. 노랗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별꽃과 소담하게 부푼 몸체의 초롱꽃, 그리고 길 저쪽에서 얌전하게 고개를 수그린 보랏빛 붓꽃까지.

몸집이 비둘기와 까치의 중간만한 산새가 사람이 다가서도 길 한가운데 꼼짝앉고 앉아 있다. 손이 많이 타지 않은 곳이어서인지, 사람을 두려워할 줄 모른다.

선자령의 매력은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 높이는 1,157m.

그러나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에 달하니 정상과의 표고차 317m만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기상관측소에서 30여분 정도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따라 간다. 유별난 비탈길이나 장애물이 없어 산보에 가까울 정도로 쉬엄쉬엄 올 수 있는 길이다. 다정스레 손을 잡고 능선을 타는 노부부의 모습도 보인다.

비가 와서 약간은 질척한 능선길에 부연 보랏빛 기둥이 곳곳에 보인다. 모양새는 예쁘지만 이름은 얄궂게도 ‘노루오줌’이다.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새하얗고 작은 꽃송이가 눈썹 모양으로 촘촘하게 모여있는 ‘까치눈썹’도 곳곳에 청초하다. 유독 이 꽃에는 호랑나비떼가 많이 모여든다.

정상에 가는 길에 ‘새봉’을 지나친다. 바람이 많아 새가 쉬어갈 수도 없다고 해서 역설적으로 붙여진 지명이란다.

과연 나무 한쪽이 잘려나간 듯, 바람이 세게 부는 쪽으로는 가지를 뻗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강한 편서풍 때문이다. 선자령에 유독 눈이 많은 것도 눈꽃이 유명한 것도 이 바람과 영동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이다.

1시간 30분 남짓 걸어 도달한 선자령 정상,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 같은 목가적인 초원이 펼쳐진다.

강아치풀보다는 가늘면서 솜방망이처럼 잔털이 부숭부숭한 ‘흰꼬리풀’이다. 보송보송하고 푹신한 질감이 벌렁 누우면 그대로 잠이 들 것 같다.

그늘이 없어도 고랭지여서 그런지 제법 서늘하다. 엷은 갈빛의 풀더미와 인근 산허리의 짙푸른 녹음이 이국적이다.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 황병산 등 백두대간의 줄기들이 들어온다. 날 좋으면 강릉시내와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내다보인다.

널찍한 목초지에는 일찌감치 각종 목장이 자리잡고 있다. 정상 맞은 편 산봉우리는 마치 축구장처럼 평평하게 다듬어졌다.

포크레인으로 풀섶을 쳐내고 새로운 방목지를 만드는 광경이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완공되면 산 정상에서 소떼, 양떼를 구경하는 것도 이색적일 듯하다.

승우여행사(02-720-8311)에서 당일로 선자령과 오대산 자생식물원을 둘러보는 코스를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 IC를 나와 만나는 삼거리서 용평, 횡계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횡계읍내 로터리서 대관령 방향으로 직진해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기상대 방향 우측길을 택해 오른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이 새로 뚫린 이후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다소 불편하다.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오전 6시32분부터 하루 12회 운행하는 횡계행 버스를 타고 대관령휴게소까지 택시를 탈 수도 있지만, 산악회나 답사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고 편하다.

◆쉴 곳

선자령 자체는 당일치기 여행이지만, 인근에 용평리조트(02-3404-8000)가 있어 스키어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잘 되어 있다.

용평리조트는 주말을 제외하면 예약이 가능하며 가족실이 17~19만원 선이다.

주변에 대관령호텔(033-335-3301), GB하우스(033-335-4450)등 관광호텔을 비롯해 산장민박(033-336-5001), 산골민박(033-335-1281), 한국탐험의 집(033-336-3535)등 민박집들도 많다.

◆먹을 곳

대관령에는 크고작은 황태덕장이 20여곳이나 있다. 보통의 북어와는 달리 육질이 더덕처럼 쫀득하다고 해서 ‘더덕북어’라고도 불린다.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

횡계에 황태회관(033-335-5795), 한양회관(033-335-8228)등. 광활환 초원, 맑은 공기에서 사육된 대관령황우도 특산품. 평창 황소고기집(033-333-1818), 횡계 대관령숯불갈비(033-335-0020)등.

양은경기자

key@hk.co.kr

■주변 볼만한 곳-양떼목장 찾아 뒹굴고 자생식물원서 꽃구경

선자령은 정상에서 낮잠을 한숨 자더라도 4시간 남짓이면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주변 관광지를 둘러 볼 여유가 충분하다.

가는 길에 만난 이름모를 들꽃의 정체를 한국자생식물원(033-332-7069)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부 IC에서 6번 국도나 456번 지방도를 타고 20~30분이면 도착한다.

미선나무나 섬백리향 등 자생식물 1,100여종을 자연 생태계에 가깝도록 연출한 생태식물원과 구절초, 감국 등 향기나는 풀들을 모아 놓은 향식물원 등이 있다.

사람명칭식물, 독성식물원 등 전시 주제도 특이하다. 답답한 온실이 아니라 공원처럼 널찍하게 펼쳐져 있어 쉬엄쉬엄 거닐며 야생화 공부를 할 수 있는 곳.

매년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개방되며 입장료는 3,000원이다.

역시 대관령휴게소 뒤편의 대관령양떼목장(033-335-1966)도 선자령과 연계해 둘러볼 만한 곳이다. 6만2,000평의 넓은 목초지 위에 200여마리 양들이 방목되고 있다.

평창군 황병산 밑자락에 펼쳐진 동양 최대 규모의 목장. 넓은 고원분지, 목초지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6월부터 10월까지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KBS ‘겨울연가’의 촬영 무대인 오대산의 월정사 전나무숲도 추천코스.

일주문부터 월정사까지 약 1㎞정도 이어져 있다. 절 주위로 아름드리 전나무숲이 뻗어 있다. 재미있는 전설도 얽혀 있다.

고려말 나옹선사가 월정사 부처님에게 콩비지 공양을 올리다 소나무에서 눈이 떨어져 콩비지국을 쏟았다.

화가 난 나옹선사가 소나무를 버럭 꾸짖고, 소나무 대신 전나무로 하여금 숲을 지키게 했다고 한다. 조계종 제 4교구 본사인 월정사는 권선문, 석조보살좌상 등 풍부한 문화유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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