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를 쫓던 고려대생 장세환씨의 죽음은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소매치기가 드문 범죄도 아니고, 못 본 척 하더라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한밤중에 그는 굳이 택시를 타고 범인을 쫓다 무심한 승합차에 치여 유명을 달리 했다. 평소 미련스러울 만큼 책임감이 강했고 옳다고 믿는 일은 주저없이 행동으로 옮기던 성격으로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고위 공직자들조차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서 발뺌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불의를 보아도 제 몸만 사리는 세상에서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장씨는 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가 났을 때도 보름간이나 밤을 새우며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행정고시를 치러 국가에 봉사하는 공복의 길을 걸으려던 젊은이는 이처럼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남을 위해 행동하다 끝내 목숨까지 잃었다. 지난해 1월 일본 도쿄의 전철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씨에 이어 우리는 또 한 사람의 의인을 알게 됐다.
각계의 조문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이기적인 세태에 온몸으로 저항한 젊은이에게 경의를 표시하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신속하게 의사자로 선정한 것도 숭고한 희생정신과 용기를 귀감으로 삼기 위한 일이다. 이수현씨에 이어 또 한명의 동문을 잃은 고려대 홈페이지의 게시판과 고대 자유게시판에는 추모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자신이 개인적이고 이기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반성한다는 글도 있다. 장씨 죽음의 메시지는 바로 그런 것이다. 사고지점에 추모비를 세우고 의로운 영혼을 기리는 사업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저마다 자기 책임을 다하면서 남을 먼저 생각하고, 불의를 보면 바로잡으려 애쓰는 정신이 확산돼 의로운 젊은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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