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감기에 걸렸는데 아시아는 재채기조차 하지 않는다면.미국 증시의 연이은 폭락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증시가 그 후폭풍을 비교적 잘 견뎌내고 있다는 비유이다. 월가 분석가들은 과거 미국이 재채기만 해도 독감을 앓았던 아시아가 정반대가 된 해답을 찾느라 분주하다.
런던 증시가 22일 6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하는 등 유럽 증시가 뉴욕발 직격탄에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아시아가 언제까지 강한 내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이들의 관심거리다.
19일 뉴욕 다우지수가 4.6% 급락한 뒤 다음날 아시아 시장은 한국을 제외하고 낙폭이 뉴욕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세계 주식시장이 미끄러지기 시작한 5월 20일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은 18% 이상 폭락했지만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는 8% 하락에 그쳤다.
올해 전체로 봐서는 오히려 6% 올랐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호재와 악재에 지나치게 민감했던 아시아 시장이 뉴욕 시장의 급락에도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며 아시아 시장의 외풍에 대한 면역성을 높이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아시아 증시의 견고함은 1997~98년 외환위기가 한 몫을 했다. 환란을 계기로 촉발된 아시아 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투자자들의 신뢰로 이어져 뉴욕발 공황심리에 덜 휩쓸리게 하는 방파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빚내서 주식을 사는 투기적 행태가 미국 시장에 비해 적다는 점, 환란 여파로 아시아 기업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것도 한 이유이다.
장기 침체에 빠져있는 일본 역시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발 악재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받는 모습이다. 엔고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 등이 우려되지만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줄어드는 것은 일본 경제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4~5월 일본의 대미 수출은 0.9% 오르는 데 그쳤으나, 아시아지역 수출은 18.2% 늘어났다.
그러나 아시아 증시의 낙관적 무드도 뉴욕 약세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는 게 전제조건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미국증시 약세가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결된다면 디플레로 파급돼 전세계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시아 기업들의 중요한 자금줄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달러화 표시 채권시장의 침체, 달러 하락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값싼 중국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에게는 달러 약세가 이중의 부담이다.
달러를 자국 위안화 가치와 연계시키는 페그제를 시행하는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환율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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