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 후임에 세르기오 비에이라 드 멜로(54) 동티모르 유엔 행정관이 22일 임명됐다. 브라질 출신인 그는 23일 유엔 총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메리 로빈슨 현 판무관이 사임하는 9월 12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전 아일랜드 대통령인 로빈슨이 정치인 출신이라면 드 멜로는 정통 유엔파다. 브라질 외교관 아버지를 둔 그는 1969년 대학 재학 시절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서 유엔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과 인류학 박사 학위를 딴 뒤 본격적인 유엔 활동을 시작해 1981년 레바논 주재 유엔 평화유지군 정치 고문, 1996년 동아프리카 유엔난민부고등판무관, 1999년 코소보 유엔 임시 행정관 등의 경력을 쌓았다.
방글라데시 수단 스위스 모잠비크 페루 레바논 유고슬라비아 등에서도 활동했다.
그가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최종 낙점을 받은 것은 동티모르 독립을 이끌어 낸 지도력과 추진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량학살 등 최악의 경우가 아닌 한 특정 정부를 공개 비난하지 않고 유화책을 사용하는 등 고도의 정치성도 높은 점수를 받은 대목이다.
세계 인권 단체들은 하지만 바로 이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드 멜로 신임 판무관이 조정자를 넘어서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과감히 칼을 댈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다.
“인권 문제에는 성역이 없다”고 주장했던 로빈슨 판무관과 마찰을 빚어 온 미국과 영국이 22일 즉각 환영 성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문선기자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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