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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2.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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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대산 상원사에 다녀왔습니다.직업이 직업인지라 먼 길 떠나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조금 특별했습니다.

옆 좌석에는 아내가 타고 있었습니다. 불심이 있는 아내는 가끔 절을 찾곤 합니다. 이 날은 완전히 운전기사 노릇을 한 거죠.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내가 동행했다는 것이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차 트렁크에는 언제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카메라 가방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일의 족쇄’를 풀고 떠난 길이었습니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오대산은 ‘다른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짙푸른 녹음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전날 쏟아진 비를 담아낸 오대천의 맑은 물은 풍성했습니다. 푸른 숲을 돌돌거리며 가로지르는 하얀 포말. 모든 아름다움이 눈에 가득 찾습니다.

‘아 저 풍경을 찍어야 하는데….’ 미련이 남았지만 자유스러움이 주는 행복을 넘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새삼 군 생활을 뒤돌아봤습니다. 경기도 가장 북쪽에서 군 생활을 했습니다. 산정호수가 가까운 곳이죠.

아름다움의 집적회로라고 할 정도로 명소가 꽉 들어찬 곳입니다. 그러나 제복을 입었을 당시에는 그 풍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10월 말 제대를 했습니다. 전역 신고를 하고 부대를 나서니 갑자기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산기슭을 피처럼 물들인 빨간 단풍.

어찌나 색이 고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그 단풍은 산에 있었는데 그 동안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참 사람의 마음이 묘하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모두 휴가를 떠납니다. 많은 준비를 합니다. 잘 집을 예약하고, 먹을 것을 장만하고, 피서지에서 자랑할 예쁜 옷을 장만합니다.

혹자는 장기적으로 계획을 잡아 멋진 몸을 만들기도 합니다. 모두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휴가의 으뜸 준비물은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마음가짐이라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일에 대한 걱정 혹은 근심은 휴가의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없게 합니다. 일단 모든 것을 털어내면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오감이 느끼는 모든 것이 다릅니다.

자유로운 휴가. 그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휴가입니다. 모두가 그런 꿈 같은 휴가를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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