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용서는 ‘내가 너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너를 인정’하는 것이다.”최인호(57)씨가 장편소설 ‘영혼의 새벽’(전2권ㆍ문학과지성사 발행)을 출간했다.
1999년부터 2년 동안 가톨릭신문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가톨릭에 귀의한 지 15년째인 그는 종교적인 체험과 구도에의 갈망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꺼렸다.
대신 많은 글을 썼다. 신의 목소리가 담긴 성서를 묵상하는 산문을 썼고, 신을 닮은 지순한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썼다.
‘영혼의 새벽’은 사랑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인간이 인간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가르침과 같다.
이 종교적인 모순을 해독하기 위해서 최인호씨가 선택한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두 비극, 군부 독재와 한국전쟁이다.
고등학교 교사인 최성규가 성당에서 우연히 만난 사목회장 신영철은 대학 시절 자신을 고문했던 고문기술자 S였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S에 대한 증오에 시달리던 최성규는 함께 고문받았던 장미정을 찾는다.
장미카엘라 수녀가 된 장미정이 괴로워하는 최성규에게 준 책은 한국전쟁 때 피랍됐던 프랑스인 마리 마들렌 수녀의 수기 ‘귀양의 애가’였다.
공산주의자의 박해 속에서 털 깎인 양처럼 죽어가면서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직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최성규는 고뇌에 빠진다.
어떻게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가. 최성규는 부활절 미사를 드리면서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깨닫는다.
“인간의 용서는 행위가 아니라 발견이다. 인간의 용서는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존재이자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발견하는 것이다.”
속도감 있는 문체로 씌어진 소설은 빠르게 읽히면서도, 구조가 헐겁지 않아 긴장이 늦춰지지 않는다.
현대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맺은 의미있는 성과일 것이다.
“수직적인 사상 갈등과 수평적인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우리 민족은 안팎으로 갈가리 찢긴 영혼의 불구자가 된 셈이다. 상처받은 영혼들이 증오와 갈등을 치유하고 ‘영혼의 새벽’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열정으로 소설을 썼다”고 최씨는 말했다.
김지영기자
사진 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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