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미국의 회계부정 스캔들과 주가 폭락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튼튼한 회복세를 보여온 우리 경제에도 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한국은행은 이달 초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고성장(6.8%)-저물가(3.3%)’를 기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미국 경제 불안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낙관적인 경제전망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발 위기 확산 가능성
금융연구원 정한영(鄭漢永) 박사는 “경상수지 적자 등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불안요인이 계속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金基承) 연구위원은 “완만한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달러화와 미국 증시가 빠른 속도로 급락하고 있다”며 “이 경우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미국 경제 등 대외불안 요인에 대비해야 한다”며 ▦미국경제의 재침체 ▦회계부정 파문에 따른 미국증시 급락 ▦달러화 약세 가속 등이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세한 낙관론
전문가들 사이에는 미국발 악재가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를 둔화시키는 역할은 하겠지만 회복 기조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權純旴)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이 자정 능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공황 같은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화 강세, 세계 경제 동반 침체 등 두가지 경로에 의해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이전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었던 데다 일본 엔화 등이 동반 강세를 보여 수출경쟁력 약화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주식ㆍ환율ㆍ채권이 급락한 후 23일에는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은 것도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 어떻게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시장 불안이 펀더멘털의 부실화보다는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된 만큼 무리한 단기 처방보다는 안정과 신뢰회복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급속한 원화강세로 기업의 현금흐름과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금리인상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외 불안을 의식해 경기를 ‘부양’위주로 운영할 경우 가계빚 급증, 원화가치 급상승과 같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해외불안요인을 감안해 단기금리, 통화량 등에 대해 신축적인 입장을, 재정정책은 현재와 같은 중립 내지 소폭 긴축기조를 유지하며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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