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정치권의 뜨거운 현안이었던 법인세 인하 문제가 정권 말기에 접어들며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재계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경쟁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고, 정부는 세수(稅收) 감소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재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여ㆍ야 간 공방 끝에 1%포인트의 법인세율을 인하했던 전철을 되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경쟁국 법인세율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법인세율은 1996년 37.7%에서 97년 36.7%, 98년 35.5%, 99년 34.8% 등으로 계속 낮아져 지난해 29.3%까지 떨어졌다.
최근 독일은 40%인 법인세율을 25%로 대폭 낮췄고, 캐나다도 28%의 법인세율을 21%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싱가포르(25.5% → 24.5%), 벨기에(39% → 30~35%), 포르투갈(32% →28%), 아일랜드(24%→20%) 등 상당수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를 단행했거나 검토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법인세율은 과세 표준 1억원 초과 기업은 27%, 1억원 이하 기업은 15%.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수준을 바라보는 정부와 재계의 시각 차이는 현격하다.
“주요 선진국 등 경쟁국과 비교해 국내 법인세율이 높아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재계) “OECD 국가 평균치에도 못 미칠 만큼 국내 법인세율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정부)
■ 재계, 법인세 인하 공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법인세 개편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법인세율을 10~20% 가량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세 표준 1억원 이상 법인의 경우 현행 27%인 법인세율을 22~2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
보고서는 “비록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낮다고는 하지만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해야 한다”며 “법인세율을 낮추면 법인의 세후수익률을 높여 보다 많은 출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가 법인세 인하 필요성의 근거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부분은 예산에 비해 실제 거둬들인 세수(稅收)가 훨씬 많다는 점. 실제 2000년의 경우 법인세 예산액은 11조3,621억원에 불과했지만 거둬들인 돈은 무려 17조8,784억원에 달했다.
한경연 이인실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들이 감세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은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제 문제는 국가 정책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재계가 무리하게 떼를 쓰는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더 이상의 선심정책은 없다
정부는 이미 낮출 만큼 낮춘 법인세율을 또 다시 인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선거철을 틈탄 재계의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맞선다.
이미 지난해 뜨거운 정치권 공방 끝에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해 어지간한 선진국에 비해서도 크게 높지 않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정부측 주장.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각종 감면 혜택까지 감안하면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물론 세수 차질에 따른 재정 악화다. 공적자금 상환 재원 마련 등 재정 압박 요인이 첩첩산중인 마당에 법인세율을 인하할 경우 재정에 적색등이 켜지는 것은 불을 보는 듯한 일이라는 것.
특히 감세 정책은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시차가 커서 경기부양 기능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선거철에는 정치 논리에 의해 경제가 희생되기 마련”이라며 “법인세 인하가 이뤄지면 결국 서민과 근로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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