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 연쇄 폭락 등 '월가(街)의 악몽'이 끝을 보이지 않으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도 '태풍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이미 10%나 악화한 데다 올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금융불안이 본격적인 실물경제 위축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 ‘주가 폭락→소비 위축→내수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회복 지연과 함께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경제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증시폭락의 여파로 22일 주가ㆍ환율ㆍ금리가 일제히 폭락한 후 이날은 진정세를 보였으나 시장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어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된다. >>관련기사2,12면
LG경제연구원 김기승(金基承)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펀더멘털)가 좋다고 하지만 결국은 미국 경제에 따라 소비와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내 경기 회복세도 다시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박 승(朴 昇)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연구소장 및 교수들과 가진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는 미 증시에 동조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경제 거품 조정과정을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로 가정해봐도 우리 경제의 심각한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근 한은 등이 내놓은 하반기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치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4일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미국 증시 급락과 달러화 약세 지속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발 악재의 향후 향방과 파장이 불확실한 만큼 시나리오별 전망에 따라 대책이 논의될 것”이라며 “거시정책의 큰 틀은 바꾸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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