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댄스 가수들이 여름이면 ‘바다로 가자’고 그러는 줄 아나? ‘받으러 가자, 아그들아!’ 이러면 이상하잖아! 또 정부는 왜 아내의 어머니를 장모님이라고 하는 줄 아나? 사모님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사모님, 저랑 한판 추실까요?’”(KBS 2TV ‘개그콘서트’ 중 심현섭)요즘 바보 개그에는 촌철살인의 매력이 있다. 말장난 속에 이 사회 폐부를 찌르는 뭔가가 숨어 있다.
세상에 대한 시비와 딴죽이 있고, 계산적인 삶에 대한 질타가 있다.
KBS 2TV ‘개그 콘서트’(연출 양기선)의 ‘봉숭아 학당’의 심현섭, ‘바보 삼대’의 김대희 이태식 이준호, MBC ‘코미디 하우스’(연출 김정욱)의 ‘삼삼한 남자들’의 문천식 정준하 고명환.
이 바보들은 더 이상 배삼룡 이주일 심형래 이창훈 등 선배 코미디언들이 연기했던 못난이 또는 덜 떨어진 바보들이 아니다.
‘봉숭아 학당’의 맹구 심현섭은 한마디로 헛똑똑이다.
예의 “정부는~”으로 시작하는 말로 박학다식을 뽐낸다. 물론 인생 사는 데 도움을 주는 지식은 결코 아니다.
“정부는 왜 여름방학이면 곤충채집을 하는 줄 아나? 곤충체포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쥐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효도를 안 했으므로 체포한다’ ‘장수하늘소는 오래 살았으므로 체포한다’ 이러면 이상하잖아.”
그러나 맹구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비판적 촌철살인에 있다.
지난 동계올림픽 때 오노의 할라우드 액션이 사회문제가 되자 “미국 정부는 할리우드를 영화에만 있게 하라”라고 일침을 놓았던 맹구다.
최근 퍼뜨린 ‘받으러 가자, 아그들아!’는 최근 사회의 주요 키워드가 돼 버린 조폭에 대한 풍자, ‘사모님, 저랑 한 판 추실까요’는 바람난 사회에 대한 조롱이 담겨 있다.
바보의 억양과 어휘 흉내에만 그쳤던 91년 맹구 이창훈(KBS ‘한바탕 웃음으로’)과는 다르다.
‘바보 삼대’의 이준호(할아버지) 이태식(아버지) 김대희(나)는 늘 자신들이 어떻게 바보가 됐을까 궁금해 한다.
“아빠, 난 왜 바보가 됐어?”(나) “넌 목욕탕에서 찬물인 줄 알고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가 바보가 됐지. 나는 한증막에 갇혀서 바보가 됐고.”(아버지) “난 너희들과 다르다. 난 태어날 때부터 바보였다.”(할아버지)
이들이 빛나는 순간은 이 사회의 관음증을 도마 위에 올려 났을 때다. 바보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성인 남자들의 관음 욕구는 뜨끔할 정도다.
“아버지, 제가 여탕에 들어갔었습니다.”(나) “아니, 어떻게 그런 곳에 들어가니? 그런 곳에 들어갔던 넌, 미래의 주역이야!”(아버지) “애비야, 내가 아이들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혼내라고 가르치지 않았더냐! 다시는 내가 들어가는 탕에 들어가지 마라.”(할아버지)
‘삼삼한 남자들’의 문천식 고명환 정준하는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삶에서 한발 비켜난 바보들이다.
‘봉숭아 학당’이나 ‘바보 삼대’의 바보와는 달리 멀쩡하게 회사까지 다니는 바보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보통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따뜻하고 순수한 삶의 방식이 있다.
한 여름철 남들은 시원한 바다로 가는데 이들은 정신 수양을 위해 산 속 절로 들어가고, 캐비닛 위의 물건을 꺼내기 위해 팬티만 입고 복사기 위에 올라갔다가 큰 일을 저지르는 이들이다.
‘개그 콘서트’의 양기선 PD는 “예전 노무현 팬 클럽 이름이 ‘바보 노무현’이었듯이 요즘 바보라는 의미는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더라도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며 “바보들의 때묻지 않은 진솔한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바보 개그는 휴먼 개그”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mw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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