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화해의 몸짓일까.KT가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던 것을 사실상 포기, KT 민영화를 위한 정부 지분 매각 이후 대립해온 양사의 화해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KT는 22일 “재무구조 개선 등 사업상 필요해 추진하던, SK텔레콤 주식을 담보로 한 해외 EB 발행을 연기키로 했다”고 밝혔다.
KT는 SK텔레콤이 5월 자사 지분 11.34%를 매입, 정부와 KT의 민영화 구도를 헝클어뜨린 뒤에도 주식 맞교환(스와핑) 협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EB 발행 등을 통한 ‘보복’을 추진해왔다.
SK㈜ SK글로벌 등이 EB 발행 등을 통해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650만주)을 해외에 매각하기 전에 KT가 먼저 해외 EB를 발행하면 SK는 자산가치 하락 등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물론 SK측보다 먼저 EB를 발행해야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KT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SK그룹이 EB를 먼저 발행할 경우 향후 상당 기간 발행이 어렵고, 발행한다 해도 가격조건이 불리해진다고 판단, EB 발행을 서둘러왔다”며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KT는 EB 발행 연기 이유에 대해 “SK그룹의 연기 요청 및 정부의 우려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국익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EB 발행은 손해라고 판단했다”며 “SK텔레콤과의 문제를 감정적으로 처리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의 EB 발행 연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이 KT EB매각 이후에도 지분을 9.55%나 보유, SK텔레콤으로부터 자칫 역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KT의 EB 발행 연기 조치가 이상철(李相哲) 전 사장의 정보통신부 장관 취임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KT와 SK텔레콤이 상호 소유 지분을 존중하는 선에서 문제를 매듭짓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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