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연주자로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온지 5년째다.연주자로, 또 한국 학생들의 연주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특유의 음악 감각에 신선함을 느꼈다.
또 어릴 때부터 피아노든 바이올린이든 플루트든 뭔가 하나씩 악기를 배우려는 ‘음악의 나라’ 여서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음악 재능을 막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가장 위험한 것이 조급증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빨리 새로운 음악을 배우고, 기교를 익히기를 원한다. 감정을 음악으로 치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음악 기술만 배우려 드는 것이다.
음악 그 자체에 몰입하고 느끼는 과정을 부모의 조급성이 막고 있다.
부모들의 조급성은 분명히 현대의 기술개발 속도와 닮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음악은 기술이 아니다. 천천히 그리고 차근차근 밟아가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창의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하나의 스타일을 강요하는 점도 마땅치 않다. 물론 기초는 중요하다.
그러나 기초는 기초로 끝나야 하는데, 음악에 대한 개인의 감정과 해석, 스타일을 강요하는 것은 그들의 앞날을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이올린의 경우, 기본을 갖춘 학생들이 연주 중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놔둬야 한다.
음악을 하는 아이들 주변에는 또 욕심이 과한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분명히 음악에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과외도 시키고 외국어 학원에도 보내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경우에는 다양한 분야의 학습이 좋겠지만 재능을 살리려면 음악, 그것도 하나의 악기만을 집중적으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음악을 하면서 외국어도 배워 통역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부모의 욕심에 불과하다. 반면에 재능을 가진 학생이 돈 때문에 중단하는 경우도 보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음악을 배운 학생들은 나중에 미국이나 러시아 등 음악 선진국으로 유학을 가곤 한다. 그때 한국식 교육은 외국에서 곤란을 겪게 만들 것이다. 어릴 때부터 주입이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체득해 나가는 음악교육이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선생님이나 교재 악기 등 음악적 재능을 살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재능을 가진 학생들도 있다. 그 학생들에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갈리나 바이올리니스트 러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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