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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소매치기쫓다 교통사고/ '의로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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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소매치기쫓다 교통사고/ '의로운 죽음'

입력
200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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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고시를 준비하던 대학생이 소매치기범을 붙잡으려다 차에 치여 숨져 ‘나홀로, 나 먼저’ 세태 속에 진한 감동을 남기고 있다.22일 오전2시15분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 앞 남종로터리. 소매치기를 잡으려 도로를 건너던 장세환(26ㆍ고려대 행정학과 4년)씨가 승합차에 치여 고대안암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만에 숨을 거뒀다.

장씨는 고려대 정문 앞에서 핸드백을 날치기 당한 박모(35ㆍ여)씨가 비명을 지르자 지나던 택시를 잡아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던 소매치기범 백모(27)씨를 추격에 나섰다.

백씨가 8차선 도로를 건너 고대 교우회관 쪽으로 들어서자 장씨는 택시에서 내려 도로로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장씨는 이날 도서관에서 숙소인 고시원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범인 백씨는 장씨가 차에 치인 후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장씨는 무역업을 하는 장기효(60)씨의 3남 중 첫째. 1995년 고려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ROTC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능력있는 행정가로 대성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려대 행정학과에 편입해 행정고시를 준비해 왔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의협심이 강한 젊은이였어요" 장씨의 빈소가 차려진 고대안암병원 영안실을 지키고 있던 유족과 동료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아버지 장씨는 “공무원이 돼 국가에 봉사하고 싶었던 큰 아들은 미련스러울 정도로 책임감이 많았었는데…”라며 망연자실했다. 친구 손기훈(27 고대 농생물대학원)씨는 "세환이는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사고 현장에서 보름간이나 밤을 새며 자원봉사활동을 했지만 친구들은 뒤늦게 알 정도로 과묵한 열혈청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조호현(27 고대농생물학 4)씨는 "세환이가 1,2학년때 과대표를 맡았었는데, 후배들을 친동생처럼 챙겨 모두 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외조부 고(故) 허필운씨를 닮아 무골기질이 강했던 장씨의 수첩에는 "내 생명 조국과 같이 하려고 나 여기 왔노라(이은상의 시'그대 왜 거기 가 섰나'중)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날 고대 안암병원 영안실에는 한승주(韓昇洲 61)고려대 총장과 동문들의 추도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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