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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92)이주일/ 정치인들에게 드리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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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92)이주일/ 정치인들에게 드리는 말씀

입력
200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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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해본다.만약 내가 다시 국회의원 생활을 한다면 어떤 법안부터 우선적으로 만들까. 예전 의정생활에서 가장 아쉬웠던 일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날로 증가하는 성폭력범죄를 근절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법안을 만들고 싶다.

법률안 이름은 ‘성폭력범죄 현장검증법’. 다른 범죄 수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꼭 현장검증이라는 게 있다.

살인범의 경우 실제 장소에서 실제 흉기를 들고 범행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 현장검증이야말로 범죄자는 물론 잠재적 범죄자에게 수치심과 죄의식을 심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성폭력범죄 수사에도 현장검증을 도입하자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폭력범죄 현장검증법이다. 사건 현장에서 범죄자의 ‘물건’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 이 법의 골자다.

그 놈의 ‘물건’이 바로 흉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신문과 방송에도 공개한다. 이러면 성폭력범죄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한가하게 이런 생각까지 한다고 독자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보시라.

상가임대차보호법, 이자제한법 등 산적한 민생법안이 600여 건에 달하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다.

오로지 대권을 누가 잡을 것인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는 의원들이 최근 새 의원회관을 짓겠다고 했을 때 나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대권의 향보는 중요하다. 나 역시 병석에 누워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이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까 였다.

누구는 호화빌라 때문에 안 되고, 누구는 똑똑해서 한 되고, 누구는 동정표 효과이기 때문에 안 되고…. 나름대로 분석도 많이 했고 정보도 많이 수집했다.

박근혜(朴槿惠ㆍ한국미래연합 대표) 정몽준(鄭夢準ㆍ무소속) 이인제(李仁濟ㆍ민주당) 의원이 언젠가는 뭉쳐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도 했었다.

또한 이 신당의 성공은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와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의 가담과 지원 여부에 달려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보통 사람이고 국회의원은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나와 그들의 생각은 같을 수도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국회의원은 대통령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대통령을 견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독재가 안 된다.

국민들로부터 무조건 욕만 얻어 먹는 국회의원이지만 우리가 크게 감사해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의원들인 것이다.

우리 국민은 뭔가에 하나 빠지면 정신없이 몰입하는 민족이다. 지난 월드컵 때 보여준 붉은 악마들의 응집력을 보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할 때가 되면 진짜 끝내주게 일을 벌이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

히딩크 감독이 성공해서 조국으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한국 국민의 국민성을 태극 전사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어서 이 사회에 만연한 불신풍조를 없애야 한다.

‘나의 이력서’도 거의 끝나 가니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정치인여러분,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한심합니다. 국민에게 불신만 주는 정치 그만 하세요. 웃음을 주는 정치를 하세요. 아무리 답답해도 제가 다시 정치를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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